포용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매터링 스킬
지난 달, 코칭으로 만난 한 IT 기업의 팀장님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평소 조용하고 소극적이었던 이지은씨(가명)가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그 아이디어가 프로젝트의 방향을 크게 바꾸게 되면서 팀 전체에 활기가 올라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좋은 아이디어네요'라고 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불러서 '지은씨만의 관점이 있어서 이 문제를 다각도로 볼 수 있었어요. 정말 많이 배웠네요. 평소에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시나요?'라고 물어봤더니, 이후 지은씨는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고, 다른 팀원들도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내놓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흐믓한 이야기. 이것이 바로 매터링 스킬의 힘입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보면 꼭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DEI (Diversity, Equity & Inclusion)죠. 여기에 '소속감Belonging'이 강조되면서 요즘에는 DEIB라는 키워드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키워드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국내 많은 기업들이 DEI 하면 "인종 다양성"을 떠올리며 중요하다고는 생각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기업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이는 포용의 핵심을 완전히 놓치는 것입니다. DEI의 본질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성의 존중이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우리 조직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말이에요:
조용한 사직으로 떠나는 젊은 직원들
"내 의견은 어차피 반영 안 될 텐데"라고 체념하는 구성원들
회의에서 한 번도 발언하지 않는 사람들
"여기서 나만 이상한 건가?"라고 자책하는 직원들
이 모든 것들이 바로 개개인의 고유한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국내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이슈들을 생각해보면, 개개인성을 존중하는 DEIB야말로 한국 조직문화에 매우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DEI 조직문화 워크숍을 문의하는 고객들과 대화해 보면, 많은 조직들이 포용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정작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막연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ATD 2025 같은 세계적인 HR 컨퍼런스에서도 "포용"이 핵심 주제로 다뤄지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제도나 프로그램만 도입하고 실질적인 변화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지요.
왜 그럴까요? 진정한 포용은 개인의 강점, 스킬, 고유한 생각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단순히 다름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 다름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거창한 DEI 프로그램이나 제도를 만들기 전에, 먼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는 경험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결국 '대화'의 변화가 제도와 프로그램의 변화와 함께 병행돼야 해요.
때문에, 존재를 인정하고 일과 조직과 연결하는 스킬, 매터링은 개개인성을 존중하는 DEIB 조직문화에 꼭 필요한 리더의 스킬입니다.
매터링(Mattering). 말 그대로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매터링 스킬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당신이 중요하다", "당신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매터링이 자존감(Self-esteem)을 높이는 것과 다르다는 점이에요.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에 대한 내적 확신이라면, 매터링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를 통해 경험하는 것입니다. 매터링을 느낄 때 우리는 그룹의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며,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방식을 통해 주목받고,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매터링 연구의 권위자인 자크 머큐리오 Zach Mercurio 박사는 수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어요. 사람들이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고 삶과 일에서 어떻게 가치를 더하는지 알게 되면, 건강에 해로운 스트레스, 불안,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자존감, 동기부여, 전반적인 웰빙이 증가한다는 것이죠.
결국 매터링의 핵심은 "어떻게 대하느냐"입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느끼는 존재감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물론, 연봉이나 복지 등의 외적 보상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내적 보상인 '일의 의미'를 추구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로부터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기를 바라는 '커넥션'의 욕구를 가진 존재이기도 하죠. 우리가 일터에서 동료들로부터 '내가 없으면 안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내 일이 회사 전체의 목표와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월요일 아침 회사를 향하는 마음이 어떨까요?
자크 머큐리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터링은 단순한 '좋은 분위기' 조성이 아니라 직원만족도와 이직률, 조직의 전반적 성과에 직접적이고 강력햔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결국 매터링을 조직문화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실천이 중요하지요.
모호한 피드백: "수고했어요. 잘했어요."
매터링 피드백: "이번 고객 응대에서 정말 감탄했어요. 고객이 화가 났는데도 차분하게 경청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이 정말 프로페셔널했어요. 덕분에 고객이 오히려 우리 회사를 더 신뢰하게 되었어요."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구체적인 행동과 그 결과를 연결해서 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번 경험에서 어떤 걸 배웠나요? 다음에는 어떤 부분을 새롭게 하고 싶어요? 00팀이 이 사례에 대해 가장 잘 아니까 리드해주세요."
우리는 누구나 실수할 때 가장 많이 배우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됩니다. 이 때 리더가 '실수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중요한 사람이고, 이 실수에서 배운 학습이 팀에 도움이 된다'는 메세지를 주세요.
자책이나 수치심 같은 부정적 감정 대신 구성원의 존재감이 강화되면서 성장 마인드셋이 자라납니다.
이 문제에 대해 00님 생각은 어떠세요?
"지난번 회의에서 제안해준 고객 피드백 시스템, 실제로 도입해봤는데 정말 효과가 좋네요. 고객 만족도가 15% 향상됐어요. 다음 주 전사 회의에서 이 사례를 공유하고 싶은데, 직접 발표해주실 수 있나요?"
이런 경험을 한 직원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조직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가장 강력하면서도 간단한 방법이에요:
"당신이 우리 팀에 있어줘서 정말 든든해요."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 이 일이 즐거워요." "당신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말을 들은 사람은 절대 잊지 않아요.
많은 직장인들과 이야기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하게 돼요. "직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가요?"라고 물어보면, 승진이나 인센티브보다 "상사가 나를 진심으로 인정해준 그 한마디"를 말하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매터링 스킬은 거창한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는 게 아니에요. 리더의 말 한마디, 피드백 한 번, 회의 진행 방식 하나하나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이에요.
"You matter" - 당신이 중요합니다
결국 포용적 조직문화란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가 이 조직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문화입니다.
오늘 당신의 팀원 중 한 명을 떠올려보세요. 그 사람만의 독특한 강점은 무엇인가요? 그 강점이 팀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나요? 이번 주 한 번만이라도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OO님이라서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할 수 있었어요. 저도 많이 배웠네요."
이 한마디가 그 사람의 하루를, 그리고 당신의 팀을 바꿀 수 있습니다.
포용적 조직문화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