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s Leben ist zu kurz um Deutsch zu lern
한 나라의 언어를 익힌다는 것은 그들이 사는 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독일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도, 그렇다고 문맥상 의미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내 실력으로 언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독일어를 배우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Das Leben ist zu kurz um Deutsch zu lernen.
새로운 언어로 이야기 한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뇌로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12년을 배웠다는 나의 영어 실력을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언어체계를 이해하는 데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유학이 목표인 친구들은 한국에서 미리 독일어를 공부하고 오는 경우도 많았지만 알파벳부터 새로 시작하는 나는 머릿속을 깨끗이 비워야 했다. 평소처럼 생각한 그대로 독일어로 말하면 틀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에 생각하는 구조 자체를 독일식으로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독일어 수업의 단계는 기초단계인 A1, A2에서부터 B1, B2, C1, C2까지 6개의 레벨로 나누어져 있으며 학원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다. A2까지만 배워도 물건을 구매하고 길을 찾는 등의 기본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일자리를 구할 때 B1 이상의 실력을 요구하는 곳도 많으니 조금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해서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좋다.
베를린에는 다양한 인종이 모이는 만큼 어학원의 수도 상당히 많다. 나는 독일어나 어학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왔기 때문에 지하철 광고나 친구의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베를린에 오자마자 처음 등록한 어학원은 자연스럽게 회화를 익힐 수 있는 Volkshochschule 였다. 베를린 내에만 15개 이상의 지점이 있으며 독일어 외에도 사진, 요리, 수영, 악기 등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말하자면 평생교육원 같은 곳이었다. 비용도 저렴해 어학 수업의 경우 150~180유로 사이면 들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문장을 이야기하는 데에 익숙해질 때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선택한 곳은 유학생들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는 Hartnackschule였다.
100년 전통의 Hartnackschule는 독일어 자격증 공부에 특화된 학원으로 문법 위주의 수업이 많아 대학 진학을 목표로 온 학생들이 많은 곳이었다. 학원의 규모가 워낙 큰데다 다양한 수업과 시험이 진행되다 보니 강의실이 자주 변경되곤 했는데 메일이나 문자로 개별 연락을 주지 않아 아침에 허탕을 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인포센터 또한 다양한 문의와 학생들로 늘 붐비기 때문에 다음 코스를 등록해야 할 때는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문법식 수업에 지쳐갈 때쯤 친구의 추천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된다는 Deutsch Akademie로 학원을 옮겼다. 수업이 참여형인지 아닌지는 책상의 배치에서부터 알 수 있는데 Hartnackschule가 책상이 칠판을 바라보고 있는 구조라면 Deutsch Akademie는 학생들끼리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ㄷ’ 모양으로 배치되어 대화 연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오랜기간 어학 공부를 계속하고 있지만 의사소통에 대한 답답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을 때 오는 자괴감은 처음 느껴보는 종류인데, 단순히 독일어 하나로 무시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자신감도 부족해지고 삶의 질도 낮아진다.
주말마다 열리는 플리마켓에서 욱일승천기를 걸어둔 부스를 지나칠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동양인 비하를 무시해야할 때마다 내 스스로가 한심해진다. 나에게 중요한 건 독일어 자격증이 아니라 되든 안되는 한마디 내뱉는 자신감이라는 것을 또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