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배우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
아이에게 거짓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올라오는 감정은 ‘배신감’입니다.
“내 아이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혹시 앞으로 더 심한 거짓말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 질문의 방향을 조금만 바꿔보면,
우리는 아이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쁘게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순간, 아이는 무언가를 지키거나 피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합니다.
벌이 무서워서, 부모의 실망이 두려워서, 혹은
“나는 그런 아이가 아니야”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
즉, 거짓말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정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을 들은 그 순간,
크게 혼내고 다그치고 싶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 반응 하나로
‘내 마음을 말하면 위험하다’는 메시지가 새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처음 해야 할 일은
사실 여부보다, 아이의 감정에 먼저 다가가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 상황이 아이에게 얼마나 무거웠을까?”
이 질문을 품고 접근하면
아이의 마음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합니다.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보다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함께 탐색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말은 아이가 방어를 내려놓고,
부모를 ‘안전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엄마는 너를 혼내기보다, 너를 알고 싶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 입으로 들려주면 고맙겠어.”
“실수해도 괜찮아. 그건 누구나 하는 거야.”
이러한 말들은 신뢰를 쌓는 대화의 시작점이 됩니다.
아이에게 “다시는 거짓말하지 마”라고 명령하는 것보다,
솔직해지는 것이 스스로 더 편안한 선택임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안 해서 고맙다. 네가 말해준 덕분에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알게 되었어.”
이런 반응을 반복하면, 아이는 점점
‘솔직함=안전함’이라는 감각을 가지게 됩니다.
결국 아이의 정직함은
지식이나 도덕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와 부모 사이의 신뢰 관계에서부터 자라나는 가치입니다.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하나에 무게를 두기보다,
그 안에 숨겨진 아이의 불안, 두려움, 기대, 좌절을 함께 마주해 주세요.
그렇게 아이는 실수 속에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는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거짓말은 감정을 표현하는 미숙한 방식일 뿐입니다.
그 안에는 언제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달라는 조용한 신호가 들어 있습니다.
그 신호를 들을 수 있는 귀, 그리고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
부모로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은
그렇게, 아이가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수를 자주 하는 아이, 어떻게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육아는 정답이 아니라 이해입니다.
그 이해의 한 걸음을 오늘도 함께 걸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