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과 지친 일상 속에서 일본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
서울을 떠난 날, 제 마음속에는 해방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몇 년간 쉼 없이 달려온 일상은 번아웃이라는 이름으로 제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해야 할 일’만 떠올랐고, 일과를 마치면 텅 빈 에너지만 남았습니다. 주말조차 온전히 쉬지 못한 채, 다음 주를 버티기 위한 준비로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 알고 지낸 선배가 “네가 진짜 숨 쉴 수 있는 곳으로 한 번 가보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그 한마디가 제 마음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일본의 도시와 시골, 그리고 그 속에 녹아 있는 조용한 일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그곳에서는 ‘해야 한다’는 압박보다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피어올랐습니다.
결정은 빠르게 내려졌습니다. 당장 모든 걸 정리할 수는 없었지만, 떠날 준비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트였습니다. 집 근처 책방에서 일본 관련 책을 고르고, 오래된 사진 속 골목길과 바닷가를 상상하며 ‘저곳에서의 나’를 그려봤습니다.
서울을 떠난 날, 기차 창밖으로 스쳐가는 회색 건물들을 보며 알았습니다. 이번 선택이 단순한 여행이나 도피가 아니라, 제 삶을 다시 숨 쉬게 만드는 첫 걸음이라는 것을. 일본행을 결심한 건, 지친 일상을 끝내기 위해서이자,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한 시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