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기억해 주는 마을 사람들과의 인연

by 온천라떼

온천 마을에 처음 왔을 때, 저는 그저 잠시 머무는 여행자에 불과했습니다. 골목의 작은 가게 주인들과 인사를 나누어도 서로의 이름을 알 필요는 없었고, 지나가며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카페를 열고 정착하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처음 카페를 찾은 온천탕 할머니는 제 이름을 물으셨습니다. 대답을 건넨 뒤에는 별다른 말씀이 없었는데, 며칠 뒤 다시 오셔서는 “○○ 씨, 오늘도 커피 있나?” 하고 제 이름을 불러 주셨습니다. 그 순간의 따뜻함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단순히 손님과 주인의 관계를 넘어,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기분이었으니까요.


그 후로는 작은 인연들이 이어졌습니다. 빵 굽는 냄새가 퍼지던 아침, 슈퍼 주인이 창문 너머로 “오늘은 무슨 과일로 케이크를 만들 거야, ○○ 씨?” 하고 말을 걸어 주셨고, 길에서 마주친 아이는 제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 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서울에서라면 흔히 듣던 이름이었지만, 이 마을에서 들을 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환영의 표시이자, 연결의 증거였습니다.


이름을 기억해 준다는 것은 곧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큰 대화나 깊은 교류가 아니어도, 이름 하나만으로 서로의 거리는 짧아졌습니다. 매일 가게 문을 열고 들려오는 인사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제가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증명이 되어 주었습니다.


돌아보면, 낯선 곳에서 가장 두려운 건 고립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름을 불러 주는 마을 사람들 덕분에 저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호명 속에서 이어진 인연이, 지금 이 마을에서의 삶을 단단히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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