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마을에서 처음 겨울을 맞이하던 날, 눈은 생각보다 조용히 찾아왔습니다. 아침에 가게 문을 열자, 하얀 입자들이 온천 김 사이로 흩날리며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김과 눈이 한데 뒤섞여 만들어내는 풍경은, 서울에서 보던 겨울과는 전혀 다른 결이었습니다.
눈발은 굵지 않았지만, 그 은근한 쌓임이 마을의 색을 바꿔 놓았습니다. 회색빛이던 지붕 위로 흰 이불이 덮였고, 골목길마다 피어오르던 증기는 더 선명히 드러나 마치 산 속의 환상적인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가게 창문에 맺힌 습기 너머로 흩날리는 눈송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신 마을 사람들이 천천히 찾아와, 따뜻한 커피를 손에 감싸 쥐며 눈 풍경을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올해 첫눈이네”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낯선 이방인으로 이곳에 들어왔던 저도 그 순간만큼은, 마을의 한 사람이 되어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첫눈이 내리면 늘 분주했습니다. 약속을 잡거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의 첫눈은 그저 고요하게, 눈송이가 땅에 닿는 소리마저 들릴 듯한 속도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그 고요가 제 마음에도 깊게 스며들었습니다.
온천 마을에서 맞은 첫 겨울눈은 단순한 계절의 풍경이 아니라, 제가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 순간이었습니다. 눈과 김이 함께 만들어낸 하얀 장면은 여전히 제 기억 속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의 시작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