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마을의 봄은 산벚꽃으로 시작됩니다. 언덕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분홍빛 꽃잎은 바람이 불 때마다 눈처럼 흩날려 길 위를 덮습니다. 마을 전체가 꽃비 속에 잠기는 듯한 풍경은, 이곳에서의 하루를 특별한 축제로 바꾸어 놓습니다.
카페 창문을 열어두면 꽃잎 몇 장이 온천 김 사이로 흘러 들어와, 커피 향과 함께 섞입니다. 습기와 향기, 꽃의 색이 한데 어우러지는 순간, 작은 가게 안은 봄이라는 계절 그 자체가 됩니다. 손님들은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여기서라면 꽃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날의 메뉴는 늘 단순하지만, 봄이면 조금 특별해집니다. 마을 농가에서 가져온 딸기로 만든 케이크에 꽃잎을 곁들여 내놓으면, 손님들의 표정이 한층 환해집니다. 짧은 계절의 선물을 맛으로도 기억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서울에서라면 바쁜 일상에 쫓겨 그냥 스쳐 지나갔을 꽃이, 이 마을에서는 하루를 채우는 중심이 됩니다. 아침에 언덕길을 걸으며 본 풍경이, 오후에는 카페의 대화 속에 머물고, 저녁이면 창문 너머 붉게 물든 하늘과 함께 다시 떠오릅니다.
봄 언덕길의 산벚꽃은 그저 계절의 장식이 아니라,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삶의 속도를 알려주는 표지판 같은 존재입니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바람에 흩날리듯, 순간순간을 온전히 누리라는 말을 건네는 듯합니다.
카페의 하루 역시 그 꽃잎처럼 가볍고도 선명하게 지나갑니다. 봄날의 기억은 그렇게 커피 향과 꽃잎, 그리고 마을의 공기 속에 천천히 쌓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