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심사 후기

by 이유 임민아
KakaoTalk_20250311_232308946.jpg


"왜 자꾸 교육을 들어야 하나? 필수 교육이 너무 많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종종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려는데 왜 이렇게 배워야 할 것이 많은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모 지자체에서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심사를 하면서,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됐다. 교육은 해도 해도 부족하다는 것.


공모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제안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마을공동체 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 이 활동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동체의 필요와 목적이 불분명하고, 보조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한 기대만 안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이 불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분야든 깊이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학습과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다. 마을공동체 활동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모여서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을 고민하며,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교육은 단순히 강의를 듣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활동을 점검하고, 다른 사례를 배우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지 않으면, 마을공동체 활동은 쉽게 소모적이 되거나 단기적인 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교육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것이 마을공동체를 지속시키는 힘이 된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단순한 취미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 있는 활동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학습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지금 배우지 않으면,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불평하기보다, 배우고 익히며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길을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공정한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 구성의 중요성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의 심사는 단순한 점수 매기기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공동체 활동을 발굴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적절한 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심사위원 구성이 적절하지 않다면, 심사 과정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오늘 모 지자체의 심사 현장에서 목격한 한 장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장님, 제가 점수 많이 드렸어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 내 이해관계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심사를 하는 사람과 심사를 받는 사람이 이미 지역에서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라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까? 아무리 공정성을 유지하려 해도, 사적인 관계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심사위원 구성에서 두 가지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가능하면 지역 외부에서 심사위원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 심사위원은 지역 내 인맥 관계에서 자유롭고,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할 수 있다. 지역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는 있지만, 특정 공동체나 개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심사에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심사위원의 전문성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마을공동체 활동을 옆에서 본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마을공동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는지 등의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마을공동체의 원리와 운영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실질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현재의 심사 구조에서는 이런 기준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사위원들이 공동체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한 행정적 절차로 접근하거나,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면 심사받는 공동체들도 당황스럽고,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공정한 심사는 신뢰를 만든다. 그리고 그 신뢰가 있어야 마을공동체 활동이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다. 앞으로 공모사업을 운영하는 기관들은 심사위원 선정 기준을 더 명확히 정리하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한다.


또한 심사위원의 역할은 점수를 매기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점수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사업 보완 방향을 제시하며, 심사 이후에도 평가와 후속 조치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심사위원의 책임 있는 피드백이 있어야, 행정도 명확한 근거를 갖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고, 공동체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단순한 형식적 심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마을공동체 지원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심사위원 선정과 역할 설정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남편이 트라이엄프 바이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