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 임민아 Nov 04. 2022

제발, 그저 울게 내버려 두세요.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와의 대화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마주보고 있던 그 자리에서 내 얼굴색이 변하는 걸 느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다음 만남을 기약했지만, 지키고 싶지 않다. 표정을 숨길 자신이 없다.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일부 주변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 담을 쌓게 만든다.


안산온마음센터에서 '시민 애도지원 특별 온라인 웨비나'를 준비해주셨다.

https://youtu.be/UYlAKTktHJY


아래 글을 낭독해주실 때 눈물이 흘렀다.

우리가 감히 누굴 위로할 수 있을까.

차라리 입을 닫자.



<제발(Please)>


내게 그 일을 극복했는지 묻지 말아 주세요.

결코 극복하지 못할 테니까요.


내게 그 애가 더 나은 곳에 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 애는 나와 함께 없으니까요.


그 애가 적어도 고통 받지는 않을 거라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 애가 왜 고통을 받았는지를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요.


내가 어떻게 느낄지를 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도 아이를 잃었다면 모를까요.


내가 회복되길 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상실의 슬픔은 완치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적어도 내가 여러 해 동안 그 애와 함께 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은, 아이가 몇 살에 죽어야 한다는 건가요?


신은 우리가 견딜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저 맘이 아프다고 말해 주세요.

그저 내 아이를 기억한다고만 말해 주세요. 그럴 수 있다면.

그저 내 아이에 대한 제 얘기를 들어 주세요.

그저 내 아이의 이름을 말해 주세요.


지금은 제발, 그저 울게 내버려 두세요.


- by 리타 모란(Rita Moran)

작가의 이전글 모든 사람은 무엇인가에 전문가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