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팬데믹> 리뷰
영화 <팬데믹>은 전 세계를 뒤흔든 의문의 바이러스 HNV-21이 등장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와 에바와 윌의 생존기를 다룬 작품이다. <팬데믹>이라는 제목부터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 '전 세계를 향한 경고' 등 이 영화는 재난영화로 포장돼 있다.
이야기는 에바와 윌의 현재로 시작한다. 이미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었고, 그들은 소독과 방역을 생활 수칙으로 살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현재의 상황은 어떤지 알 수 없다. 말없이 샤워를 하고, 진단 키트로 자가 검사를 하는 에바의 모습을 윌을 조용히 지켜본다.
그때 경찰로 보이는 이들이 들이닥친다. 윌과 에바는 이때를 대비라도 한 듯 침대 밑 숨겨진 공간으로 몸을 숨긴다. 숨는 것은 에바뿐이다. 윌은 경찰을 맞이하고, 경찰은 집안을 수색한다. 아마도 에바를 찾는 모양이다.
경찰 중 한 명은 떠나기 전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던진다. "감염자는 데려가지 않아." 그렇다 에바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경찰들이 오기 전 했던 진단 키트가 테이블 위에 그대로 있었고,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영화는 에바와 윌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현재 두 사람은 1년이 넘는 시간,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여왔다. 자막으로도 알려주지만, 두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말투에서 오랜 시간 버텨왔음을 느낄 수 있다.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낯빛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과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에바와 윌은 하늘에서 정체불명의 재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그때 에바의 룸메이트가 집에 와서 쓰러지고, 그를 데리고 간 병원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환자들이다. 모든 환자가 여자다. 눈치 빠른 윌은 상황을 빠르게 판단, 에바를 지키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그때부터 에바를 지키기 위한 윌의 사투가 시작된다.
여성에게 치명적인 이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여성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 그로 인해 출산이 불가능해지고, 인구수는 감소했다. 결국 살아있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 여성들은 자진해서 실험에 참가하거나, 현상금 사냥꾼에 의해 잡혀간 이들이다.
윌은 바이러스로부터, 또 현상금 사냥꾼으로부터 에바를 지키려 한다. 좋은 환경에서 안전한 실험을 한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생체실험이나 다름없다는 소문이 난무하고, 급기야 실험 건물에 불을 지르는 세력까지 나타난다.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에바는 점점 시들어간다. 자신을 지키려는 윌의 행동 조차 진심으로 받을 수 없다. 지키려는 것인지 가두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1년이 넘었을 시기, 에바는 여성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채팅 사이트에서 자신을 제외한 한 명 조차 떠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여성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이제 에바는 유일한 여성이 된다.
에바를 결정적으로 무너트린 것은 엄마가 정부의 실험실로 끌려갔다는 소식이었다. 알 수 없는 라인으로는 전화통화 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윌로 인해 에바는 소리 없는 울음을 터트리다 결국 폭발하고 만다. 아버지에게 자신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권총으로 들고 윌을 위협하는 등 폭주하고 만다. 갇혀있는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고, 바이러스에 맞선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후 이야기가 이 영화의 오프닝이다. 현재는 이미 에바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됐고, 삶을 정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이미 바이러스가 감염돼 죽음을 알고 있지만, 또 다른 위협이 있다. 바로 현상금 사냥꾼이다. 남자처럼 보이게 위장을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 생을 정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 윌과 에바는 과연 사람들의 눈을 피해 종착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흥미진진한 감정이 아닌, 그들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켜봐 주고 응원의 눈빛을 보내게 된다.
이 작품은 인간과 바이러스의 사투를 그리는 것도,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도,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그리는 것도 아니다. 여성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그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의 연인을 지키기 위한 한 남자, 그리고 그 안에 고립된 공포를 느끼고 자신의 선택한 삶을 살려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의 국내 개봉 제목은 <팬데믹>이다. 팬데믹 이란 세계 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최근 코로나 19로 팬데믹이 선언된 선포된 가운데, 이 시기를 타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감염병, 바이러스, 치사율 100% 등 현시대를 반영하는 단어들로 포장했지만, 이 작품은 <팬데믹>보다 영제 <ONLY>가 영화 내용과 의미를 더욱 잘 설명한다.
타카시 도셔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역시 <ONLY>가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지구 상에 남은 마지막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내가 연인과 함께 떠났던 5주간의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녀는 나에게 지구 상에 남은 마지막 여성 같은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현대적인 관계를 고립 상황에 집어넣은 뒤 현 사회의 남성성, 여성성의 차원으로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었다."
※무비부비 콘텐츠※
iuzzib@daum.net (오타 및 기사 제보)
※저작권자 ⓒ무비부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무비부비 티스토리 https://movie-boobi.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