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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BRIDGE Aug 18. 2016

무비 브릿지 - 수어사이드 스쿼드

성급한 시도, 잘못된 비틀기

  맨 오브 스틸이 나왔을 때는 배트맨v슈퍼맨을 기대했다. 배트맨v슈퍼맨이 나왔을 때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기대했다. 이젠 뭘 기대해야 할 지 모르겠다. 성급한 결정이었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들 덕에 히어로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지만, 여전히 그것은 마블 코믹스 산하 캐릭터들에 대한 관심에서 그쳤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DC 코믹스의 캐릭터들을 낯설어한다. 사람들은 블랙 팬서와 앤트맨은 알아도 나이트윙이나 마샨 맨헌터에 대해선 여전히 고개를 갸웃한다. 심지어 나름 메이저한 히어로인 사이보그나 플래쉬도 낯설어할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코믹스의 본고장인 미국을 벗어나면, 이것이 보편적인 반응이다. 그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여러 팀업무비를 만드려 하니 당연히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차기작을 위한 발판 역할의 영화에서 그쳤다.


  세계관 이야기에서 벗어나 영화 얘기로 돌아가면, 잘못된 비틀기 투성이인 영화를 발견할 수 있다. 배트맨은 왜 뜬금없이 기절한 할리퀸에 키스하는지, 빼박 나쁜놈들인 듯 광고한 캐릭터들이 왜 갑자기 술 한잔 하고 나서 죽마고우가 되는지, 관객 입장에선 납득하기가 힘들다. 놀란의 배트맨에 익숙한 관객들은 "그 조커"가 느닷없이 사랑꾼이 된 모습에서 또다시 이질감을 느낀다. 모두 원작 코믹스에선 상상도 못 할 일들이었다.
그러나 마블 영화들은 그런 "원작과는 다른" 설정들을 성공적으로 영화에 녹여냈다. 쉴드가 알고보니 하이드라였다거나, 아이언맨이 본인의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거나. 특히 팔콘을 MCU에 맞게 아예 리디자인한 부분에선 정말 감탄했다. 그러나 이런 비틀기들은 영화 내적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반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자. 조커가 왜 할리퀸을 사랑하게 됐는지 설명해 주는가? 러닝타임 기준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팀 멤버를 모르모트로 쓰는 캡틴 부메랑이 왜 갑자기 의리남이 되는지 묘사되는가? 그나마 성의 있게 묘사된 인물은 데드샷과 엘 디아블로 뿐이었는데, 그마저도 데드샷은 윌 스미스의 자기복제였다. 그리고 엘 디아블로는 허무하게 영화에서 퇴장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실 이놈들도 알고보면 좋은 놈들이야"를 어거지로 관객에게 주입한다는 점이다. 관객들이 원했던 것은 히어로 팀이 아닌 빌런 팀이었다. 각자의 이해가 얽히고 설키다가 결국 공공의 적을 만나 협업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 거지, 뜬금없이 감정적 유대를 나누기를 바랐던 것이 아니다. 최근 부산행이 지나친 신파를 이유로 공격받고 있다. 만약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부산행보다 먼저 나왔다면, 그런 비판은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라 본다.


  총평은 4/10. 히어로물에 대한 베이스가 없는 사람이 뇌를 비우고 본다면 볼 만한 팝콘 무비다. 2D 조조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상의 값을 치를 만한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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