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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초이 Dec 18. 2019

따뜻한 악수를 보내며, 너를 사랑하는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러빙 빈센트>

"어, 허… 아, 아주 중요한 얘기죠. 솔직히, 제 생각에는 가장 위대한 화가입니다. 그리고 반 고흐는 시대를 통틀어서 가장 인기 있는 화가죠. 그 색채감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예요. 정말 대단해요. 그는 자신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삶을 황홀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예술가입니다. 고통을 그리는 건 쉬워요. 하지만 들끓는 열정과 고통을 사용해서 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기쁨, 황홀함을 표현해내는 것은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죠. 앞으로도 그런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제가 볼 때 프로방스의 들녘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면서 손가락질당했던 반 고흐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생존했던 그 어떤 예술가보다 정말 대단한 화가입니다."

-<닥터 후 시즌 5 에피소드 10> 중에서, 미술관 큐레이터 '블랙' (ⓐ)


가장 유명한 화가를 꼽아보라면 단연코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립니다. 어떤 이들은 당시 그를 '고호', 또는 '고그'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자신을 '빈센트'라고 불러주기를 바랐습니다. 그의 그림에 '빈센트(Vincent')' 서명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 이유 때문이죠. 나는 교과서에서, 뉴스에서, 영상에서, 인터넷에서 …. 온갖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수단이란 수단에서 빈센트의 작품을 접했습니다. 영화 <반 고흐 : 위대한 유산(The Van Gogh Legacy, 2013)>, <반 고흐 : 페인티드 위드 워즈 Van Gogh: Painted with Words, 2010> 두 편도 보았지만 <러빙 빈센트>는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에게 바치는 위대한 헌정의 맹아(萌芽)가 되었습니다.


영화 <러빙 빈센트> 스틸 컷, 2017 /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 1년 뒤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아르망'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사랑했던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빈센트'의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살았던 오베르를 찾습니다. 그곳에서 아들린, 마르그리트, 폴 가셰 등 생전 빈센트 반 고흐와 함께 했던 이들을 아르망은 만나면서 그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간다는 내용의 영화이지요. <러빙 빈센트>는 개봉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세계 최초 손으로 그린 유화 장편 애니메이션이거든요. 심지어 100여 명의 화가들이 동원(ⓑ)되어 5년 간에 걸쳐 고흐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영화 <러빙 빈센트>에서는 <별이 빛나는 밤>, <가셰 박사의 초상>, <우편배달부 루랭>, <까마귀가 나는 밀밭> 등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재연한 연출들이 수십 차례 등장합니다. 불운과 실패를 참담하게 겪은 그였지만 죽은 이후 현재까지도 영예를 후세에서도 누리고 있죠.

2018년 어느 한 겨울, 강남의 M컨템퍼러리(ⓒ)에서 <러빙 빈센트 展>을 개최했습니다. 영화 작가이자 감독인 도로타 코비엘라와 휴 웰치먼의 공동기획으로 탄생되었는데요. 이 전시는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제작에 얽힌 이야기가 있는 전시였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영화를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담았고 관객에게는 빈센트 반 고흐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영화에서 살아 숨 쉬는 유화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제작 과정에 한참을 들여다보다 한 명의 화가를 직접 전시장에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러빙 빈센트> 영화에서 주요 애니메이터로 활약한 폴란드 화가 '우카쉬 고르돈'이었습니다. 그는 여유 있게 붓을 물에 헹구며 유화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관객이던 한 어린아이가 손가락질을 하자 눈을 마주친 우카쉬 고르돈은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첫 글에서 인용한 <닥터 후> 시즌에서 미술관 큐레이터 '블랙'의 말과 그의 화풍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기 위해 100여 명의 화가가 투입되어 탄생된 <러빙 빈센트>를 보며 삶과 죽음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무언을 느꼈습니다.


나는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그는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따뜻한 악수를 보내며, 너를 사랑하는 빈센트.

- <러빙 빈센트> 중에서


<피아노를 치는 마르그리트 가셰>, 102.5x50cm, 1890 /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가 남긴 <피아노를 치는 마르그리트 가셰> 작품은 1934년 바젤 미술관이 수집할 때까지 44년 동안이나 마르그리트 가셰의 침실에 걸려 있었습니다. 아마 그녀는 '빈센트'에 대한 존경과 사랑으로 자신의 초상화 작품을 간직한 것이겠지요.


당신은 그의 '죽음'에 대해 그렇게나 궁금해하면서, 그의 '삶'에 대해선 얼마나 알죠?

- <러빙 빈센트> 중에서


나는 따스한 계절에 굳이 창문을 열어놓고 피아노를 연주했습니다. 내가 두들기는 피아노 선율이 멀리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할수록 다른 잡다한 생각들을 잊게 해 주고 감성에 젖게 만들었지요. 그래서 피아노를 잊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지금은 나의 하나뿐이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피아노를 팔았습니다. 마음이 아팠지만 여의찮은 상황이었으므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나는 피아노의 선율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은 우리의 감성을 증폭 시긴다고 생각합니다. 한 소라껍데기가 자라면 자랄수록, 역사가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점점 더 보이는 것이 많아집니다. 고인이 된 예술가에게도 한 없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더 느껴지는 것이 많아집니다.

과연 우리는 빈센트  고흐가 생전 얼마나 지독한 외로움과 처절한 고독에 고통받았을지 감히 헤어릴  있을까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그가 얼마나 처절히 노력했는지 우리가 감히 이해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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