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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초이 Jan 02. 2020

온전히 자신의 것, 행복.

행복, <꾸뻬씨의 행복여행>, 여행

요즘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을 곱씹어봐도 이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행복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입니다. 행복을 어떻게, 무엇으로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지요.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 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나는 가끔 생각합니다. 톱니바퀴 굴러가듯 항상 똑같이 안정된 삶이 행복일까? 풍족하게 살며 걱정 없는 삶이 행복일까? 우리는 왜 행복해야 하는가? 모든 인간은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행복에 대한 탐구는 고대부터 지금까지도 큰 주제를 가져다줍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이 바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자아와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칸트에게 행복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또한 도덕과 행복 법칙에 대해 다르게 보았는데,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레미 벤담에게 행복은 곧 쾌락, 불행은 고통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고대 철학자들은 인간적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를 거쳤습니다. 19세기 철학자들의 행복에 대한 탐구는 사회 경제적 차원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요. 인간은 자극(물질적, 정신적)에 의해 행복이 결정된다고 보았죠. 그 결정은 사회 전체가 영향을 끼치기도 해서 국가 또는 사회체제가 개인의 행복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까지 했죠. 물질의 풍요가 행복의 가치에도 관계했던 탓일까요. 최근 행복의 기준은 추구하는 바는 천차만별적으로 다르겠지만 크게 돈, 명예, 권력 등으로 발현된다고 보는데요. 내 행복은 무엇일지 내 삶 속에서 찾아 나아가야 하는 것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들에겐 하찮고 불필요해 보여도 나만의 만족, 보람, 행복을 그려나가면 됩니다. 행복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타인을 의식하지 말아요. 타인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자신의 행복관을 바꾸지 말아요. 그리고 타인과 자신의 행복 크기를 비교하지 말아요.


칸트는 행복에 대해 세 가지 조건을 말했습니다.


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다(ⓐ).


이 조건을 본 당신.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스틸 컷, 2014 / 피터 첼섬 감독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다양한 시리즈로 출간되어있는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프랑수아 를로르 작가는 파리 르네 데카르트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과장으로 근무했습니다.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을 자신의 경험과 바탕으로 적은 책인데요. 170쇄 가까이 인쇄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며 전 세계 12개국에서 소개되었습니다. 정신과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각기 각색의 고민들과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이 들어 찾아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매일 만나며 상담해 주는 그는 과연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그 궁금증을 꾸뻬라는 주인공이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왜 그를 찾아온 환자들은 큰 불행을 겪지 않음에도 행복하지 않은가, 과연 어떤 것이 행복인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무작정 여행을 떠납니다. 꾸뻬는 따뜻하고 배려있는 인물이지만 예쁜 여성이나 맛있는 샴페인 따위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말합니다.


주인공 꾸뻬는 성자가 아니다. 일반인과 다른,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어떤 독자든지 그에게 공감할 여지를 찾을 수 있다. 꾸뻬의 인생 단계마다 거기에 맞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려 의도했다(ⓑ).


꾸뻬는 여행 동안 수첩에 행복에 대해 적어놓았습니다. 23가지의 배움을 적은 수첩인데요. 공감되는 배움 일부만을 기록합니다.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받는 것이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중략


나에게 만족, 보람, 행복을 느끼는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인 여행을 꼽고 싶습니다. 여행에 있어서 장소보다 무엇을 느끼고 즐겼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는 여러 번 방문했던 곳을 또 가자고 한다면 기꺼이 가겠습니다. 때에 달라지는 것이 행복이니까.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모험과도 같으니까. 


전라남도 광주 예술의 거리, 2016


몇 년 전, 어느 날 전라남도 광주를 방문했는데 '예술의 거리'가 있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예술의 거리를 거닐면 어떠한 영감을 받으리라는 착각 속에 말이지요. 나는 예술의 거리에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마 예술이라는 영역을 가르는 잣대라는 편견이 존재했음에 틀림없습니다. 무언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가게들만 있었습니다. 나는 예술을 의식적으로 찾아내 보려고만 하니 더 와 닿지 않았던 게 틀림없습니다. 행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적으로 찾아내 보려고 하면 더 보이지 않는 게 행복이겠지요. 우리는 행복이라는 감정에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행복을 의식적으로 찾기보다 뜻밖에 찾아오는 느낌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광주의 '예술의 거리'를 거닐던 기억보다 다른 기억이 계속 떠오릅니다. 전남대학교 5.18 기념관이었습니다. 5.18 기념관에는 그 역사적 순간, 민주화 운동을 했던 그날의 기록들과 학생들이 입었던 옷가지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방명록에 누군가 휘갈기고 간 그 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방명록은 여행이라는 행복과 더불어 새삼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실이 고마웠습니다. 꾸뻬는 흑인들의 나라에서 지내고 난 후 전체적인 느낌을 배움 수첩에 적어놓았습니다.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우리는 청년의 가슴에 불꽃을 심어주었던 열사들의 숭고한 뜻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청년의 가슴에 불꽃을 심어주었던 박승희 열사의 숭고한 뜻을 잊지 않으리라. 반미자주의 민중해방의 그날을 기어코 이루리라. 

-91년 열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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