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면 더 춥잖아요? 그날이 그랬습니다.
거기다 한강 다리를 건너가자니 강바람 때문에 더 추었을 겁니다.
그렇게 한겨울 강바람을 무릅쓰고 마포대교를 건너갑니다.
오후 2시 경이니 하루 중 가장 따뜻할 시간대임에도 참 춥더라고요. 나중에 안 거지만 다리의 길이는 1,400미터. 그 1,400미터가 어찌나 먼지, 가도 가도 끝이 안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럴수록 발걸음은 빨라집니다.
다행히도 앞, 뒤 그리고 차선 너머 인도에도 일군의 사람들이 꾸역꾸역 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겨울에 왜 마포대교를 건너는 걸까요?
그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겨울날이 바로 12월 14일 토요일이었습니다.
한 번이 탄핵이 불발되고,
재차 탄핵을 발의해 표결에 부친 날.
많은 인파가 국회의사당 앞으로 집결을 하였고,
그로 인하여 교통이 마비되었으니 우리는 걸어서 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날 발표된 가결에 환호성을 지른 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옵니다.
집으로 향하는 인파를 따라가다 보니 마포대교를 향하고 있습니다.
기쁜 맘에도 다시 마포대교를 건널 생각에 두려운 맘이 듭니다.
‘해질녘이라 더 추울 텐데... 다리도 아픈데...’
헌데 웬걸!
춥지도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뭔가 벅차오르는 마음을 타고 마포대교를 미끄러져 넘어가는 기분.
대교에 처음 들어섰을 때는 뒤로 해가 지고 있던 것이,
다리를 다 건널 즈음엔 우리 앞에는 보름달이 떠 있었습니다.
왠지 다리를 다 건너고 나면 ‘소녀시대’의 아름다운 목소리 처첩 새로운 세계를 만날 것만 같았습니다.
아! 이 장면은 그 어떤 영화의 한 장면보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 순간은 영화도 현실도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만큼 우리는 역사에 있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영화도 현실도 아닌 역사에 숨 쉬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다리를 다 건너고 나니 마치 도로시가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 일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토요일 식당엔 연인과 가족들이 외식을 하는 모습, 도로를 꽉 메운 차들.....
하지만 제 마음에는 '다시 만난 세계'의 씨앗 하나가 뿌려졌습니다.
저의 온몸의 감각은 기억합니다.
한겨울에 함께 마포대교를 건넜던 시민들의 그 따사로운 봄날의 온기를.
https://youtu.be/IMsDoRg3nJk?si=_qnBBQy_bIqU00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