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그렇게 살 거야?

by 레빗구미


누구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란 정말 힘들다. 가만히 있으면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계 초침 소리만 크게 들릴 뿐이다. 무엇인가 할 것을 찾는다. 어쩌면 뭔가를 하면서 머리 속에 가득 찬 고민을 잊어버리고 싶은지도 모른다. 다른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현재의 답답한 기분과 복잡한 머릿속의 생각들을 잠시 잊어버린다.


대학교 2학년 때였다. 말 수가 없었던 나는 친구를 만들고 같이 모여 노는 것을 어색해했다. 왠지 모르게 혼자 복잡하게 고민할 때였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술을 먹어도, 친구들과 있어도, 수업을 들어도 그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러니 성적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학사 경고를 두 번이나 연달아 받았다. 성적표에 써 있던 F라는 글자는 내게 아무 의미 없는 것이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습관적으로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술을 먹고 잠을 자고, 반복된 패턴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지내도 누구 하나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괜찮아? 무슨 일 있어?" 어쩌면 그렇게 물어봐 주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어떤 수업시간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저 수업은 흘려듣고, 발표 준비는 하지 않게 되길 바랬으나, 영어 원서를 정리하여 발표하게 되었다. 영어도 자신 없고, 그저 하기 싫었던 그 마음으로 시간만 보내다. 발표 당일 교수님께 찾아가 한 주 발표를 연기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교수님은 흔쾌히 알았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초침만 보다 시간을 보냈다. 다시 찾아간 교수님께 한 주 더 연기를 요청했다.


평생 그렇게 살 거야?


그 말이 귀에 자석처럼 떡하니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 말도 아니었는데, 그저 아무 감정 없이 평생 그렇게 살 거냐는 물음 한 마디에 얼어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평생 아무 일도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 교수님의 그 말은 내 머릿속에서 다양한 질문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었다. 결국 그 수업도 낙제를 면하지 못했지만, 그때부터 뭔가 할 거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뭔가 찾아볼까 할 무렵 군대에 들어갔는데, 그야말로 아무 의미 없는 작업들을 연속으로 했던 때였다. 그 일들을 평생 할 수는 없었다.


실업률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평생 그렇게 살 거야?"라고 물으면 불만의 목소리가 먼저 쏟아져 나올 것 같다. 무언가 무수히 많은 것을 하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직업 하나 얻지 못하는 세상이다. 무수히 많은 모임에 참여해도 진정한 친구 하나 구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평생 그렇게 살 수 있는 평생직장도 이미 고대 유물이 되어 버렸다. 그때 내가 들었던 교수님의 질문을 지금 듣는다면 그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가 필요하다. 평생 그렇게 살 건 아니다. 그래도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많은 것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얻은 것은 거의 없다.


지금은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는 시대다. 공부도 하고, 알바도 하고, 온갖 모임도 참여한다. 그리고 어학연수 같은 해외 활동도 하는 젊은 세대들은 자유라는 것이 주어지지 않는다. 도전이라는 진정제는 그들을 계속 취업의 문, 자격증의 문 같은 여러 문들을 통과하기 위해 도전하게 만든다. 그렇게 지쳐가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간절히 갈망하게 된다.


평생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


평생 그렇게 노력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 그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누리며 살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다시 그것을 하며 살면 된다. 과거에 누군가에게 충고라고 들었던 그 상처의 말들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한 평생 살면서 그렇게 사는 순간도 만나고, 그렇게 살지 않는 순간도 만난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다. 그렇게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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