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한마디가, 나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었다

<캐롤>의 테레즈 – 용기

by 레빗구미


가끔은 누군가의 한마디가
정말 살게 한다.


사실 나 자신이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학생일 뿐이라는 생각이

늘 마음 속에 있었다.

빨리 철이 든건지,

자존감이 낮은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중고등학교를

평범하게 보냈고,

수능을 보고 대학에 갔다.


별 다를 건 없었다.

대학교에 가서도 난 특별히 잘난게 없었으니까.

심리적인 불안정이

공부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학사 경고를 받았고

난 더 못난 존재가 되어갔다.


대학교 3학년 때

한 교수님을 만났다.

그 수업은 처음으로 나를 설레게 했다.

그래서였을까

성적도 좋았다.

교수님과 교류도 하고 프로젝트도 하면서

지내던 어느날.

교수님과 대화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특출난 학생이 있다고,

이해력도 빠르고

일도 무척 잘한다고.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10106_58%2F16098950749568VDzd_JPEG%2Fmovie_image.jpg


아마도 어떤 선생님에게도

듣지 못한 뾰족한 말이었다.

아니 날카로운 칭찬이었다.

가슴에 콕 박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그때부터일까.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자라나게된 순간이.

그때였던것 같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 속에서
고요히 무너지고 있을 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그 찰나에
불쑥 다가온 말 한마디가
숨을 쉬게 하고,
다시 눈을 뜨게 만들기도 한다.


그건 거창한 응원이 아닐 수도 있다.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그 짧은 말들이
어떤 날엔 생명줄이 된다.


테레즈도 그랬다.
<캐롤>에서 테레즈는 사랑을 고백받은 게 아니다.
사랑을 인정받았다.

자신을 인정받았다.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160122_141%2F1453428058111q5Hhz_JPEG%2Fmovie_image.jpg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계속 떠올리는 마음,
그게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캐롤의 단 한마디가 말해줬다.


“테레즈, 네가 생각나.”

그 말은,
"나는 아직 너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뜻이었고
"그 모든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감정이 쓸모없게 느껴지는 순간을 겪는다.
기다렸던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때,
사랑했던 사람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갈 때,
우린 혼자만 바보처럼 남겨진 것 같아진다.


많은 걸 견디게 해주는 건
결국 말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말.

사소하게 나에게 던진 말.

누군가의 말 한마디,

그 진심이 섞인 따뜻한 고백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나 자신이 무언가를 해나가는걸
겁내지 않기로 했다.
오해받을까 두렵고
거절당할까 무서워도
내 마음이 진짜라면
그 말은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니까.


아직도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다.

자신이 없고,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젠 중년이 되어 내가 사랑받는 것인지,

그렇게 소중한 존재인지 잘 모를때도 많다.

하지만 난 누군가에게 사랑을 건네고 있고.

그냥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갈 뿐이다.


그게 일이든, 육아든, 사랑이든.

난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나의 온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또 누군가로 부터 따뜻한 말을 듣는다.


오래전 한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따뜻한 말.

그 말을 마음에 담고 용기를 낸다.

그렇게 나도 내 마음을 전하고

또 다른 사람의 마음에 따뜻한 파장을 만들어 준다.

아마도 그 따뜻함이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용기로 재탄생하겠지.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160122_265%2F1453428058336PinNy_JPEG%2Fmovie_image.jpg


<캐롤>의 마지막 장면
그림자와 빛이 교차하는 레스토랑에서
테레즈와 캐롤은 서로를 다시 본다.

그 눈빛 하나에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담겨 있다.
끝이라고 생각한 관계에서
계속이라는 희망이 피어난다.


그리고 우리도 알게 된다.
사랑은 놓아주는 일이 아니라
기다리는 용기라는 걸.

따뜻함을 전달하는 용기라는 걸.


누군가는 내게
너의 글은 너무 조용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조용한 말들이
어떤 이에게는
세상의 모든 소음보다 더 선명하게 들릴 수 있기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에게
한 가지는 꼭 말하고 싶다.


“너를 진심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말이 너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말을 누군가에게

많은 용기들이 전달 될 수 있기를.


나도 이렇게 '용기'를 모두에게 전달한다.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10106_229%2F1609895075145m8bfw_JPEG%2Fmovie_image.jpg







이렇게 [그럴 때, 나는 그를 떠올렸다] 의 연재를 끝이 났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을 바탕으로 느껴지는 저만의 감정을 담담하게 정리하였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자신을 좀 더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감정이 느껴질 때, 비슷한 영화 속 인물들을 떠올리며

또 삶을 지나가 보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저의 감정을, 영화 주인공들의 감정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