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슬픔이 나를 토닥여줬을 때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 - 위로

by 레빗구미


어느 순간, 자주 우울해지는 내 모습을 보고

난 왜이럴까 생각한 적이 있다.

아니 한 번이 아니라 여러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학교 때부터 였던거 같다.

공부도, 피아노도, 미술도.

특별한 재능이 없는 것 같았던 그 시절.

뭐든지 자신없고 우울했던.

그래서 더욱 게임과 책에 몰두했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에 몰두하지 않으면

우울이 찾아왔고,

그건 슬픔으로 서서히 물들어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고,

멍하니 앉아있었던.

그런 날들이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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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와서도

직장에 와서도

그런 날들은 종종 찾아왔다.

마치 외선 순환 지하철처럼

슬픔의 날들을 주기적으로 지나야했다.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보곤 한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작고 조용한 존재가 하나 살고 있으면 좋겠다고.
내가 아무 말 없이 울고 있을 때,
그 존재가 다가와 말없이 내 손을 꼭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예전엔 밖에서 찾았다.

나를 위로해줄 사람.

나를 사랑해줄 사람.

하지만 그게 쉽지 않더라.

온전히 나를 이해하고 사랑해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처음엔 좀 슬펐고,
지금은 조금 덜 슬프다.
왜냐하면 그 ‘나’ 안에 분명히 누군가가 살아 있고,
그 누군가는 절대 나를 버리지 않으니까.

모두가 잠든 후 조용히 울 때

마음이 요동치지만

이내 곧 잠잠해진다.

그렇게 슬픔은 눈물과 함께

나를 위로해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은

처음엔 쓸모없고 방해되는 존재로 그려진다.
주인공 라일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할 때,
그녀 안의 '기쁨이'는 계속해서 긍정적인 감정만 유지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결국 라일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슬픔이었다.
기억 속에서 울고 있는 나를 껴안아준 건,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슬픔은 내 삶에서 배척되지 않아야 하는 존재라는걸

슬픔도 같이 안고 가야하는 존재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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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눈물에 익숙한 나 자신이 싫기도 했다.
왜 나는 이렇게 잘 우는 걸까.
왜 나는 이렇게 쉽게 무너질까.
그러다 문득,
그 눈물이 나를 무너지게 한 게 아니라
견디게 만든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우울과 짜증이 극에 달했을 때

눈물을 흘리고 나면

비로소 다시 보통의 감정들이

하나씩 채워진다.

극에 달했던 감정이 눈물로 빠져나가고 나면

슬픔은 위로로 천천히 변해갔다.

그렇게 슬픔은, 나를 무너지게 한 게 아니라

끝까지 견디게 만들어준 감정이었다.



울지 않고 버텼던 날보다
울고 나서 다시 고개를 든 날이 더 많았다.
슬픔은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감정이 아니라
가장 솔직하게 나를 꺼내주는 감정이었다.
그래서 이젠, 슬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슬퍼서 멈춘 게 아니라
슬퍼서 다시 걸어갈 수 있었다고.


누군가를 위로할 때는 ‘기운 내’라는 말보다
‘슬퍼도 돼’라는 말이 더 힘이 된다.
슬픔은 약한 감정이 아니라,
회복을 시작하게 만드는 첫 번째 신호다.
나를 감싸안고 한참을 울게 해준 감정,
슬픔은 그렇게 내 안에서 가장 조용하고 따뜻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지금도 슬픔을 안고 간다.

아마 앞으로 계속 그렇게 슬픔은

내가 우울할 때 나를 위로해주겠지.

너무 힘들어 무너지고 싶을때

나에게 다가와 '눈물'이라는 약을 처방해주고

위로를 선사하겠지.

더 깊은 어둠에 빠지지 않게,

지금의 나를 다정히 끌어안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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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을 선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엔 영화 <컨택트> 속 루이스 박사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다가올 아픔을 이미 알면서도,
그 미래를 선택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어떤 기억이 깃들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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