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배우 키시이 유키노에게 신인배우상의 영예를 안긴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의 영화 <사랑이 뭘까> (2018)는 사랑으로 인한 심리적 갈등과 방황을 그려낸 작품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는 사랑을 대하는 현대인의 초상화를 그려낸 작품이다. <사랑이 뭘까>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핵심 소재가 아니다. 그러나 극 중 인물들이 어떤 경우에도 핸드폰 및 스마트폰을 놓고 지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SNS는 이 영화와 관련성이 없지 않다. SNS가 발달하면서 현대사회에서 수많은 관계가 형성과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인은 감정의 풍요와 빈곤을 지속해서 경험하고, 점차 이에 대한 회의감이나 환멸감을 체감하기 시작한다. 28세의 '테루코(키시이 유키노)'는 예전에 한두 번 만난 사이지만 인연으로 포장되는 관계성에 묶여 먼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다른 하객들의 웃음소리와 행복한 표정 가운데 '테루코'는 외로이 의자에 앉아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그때 '테루코'는 본인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마모루(나리타 료)'를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눈다. 점점 '마모루'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테루코'는 그를 강렬히 사랑하게 되었으며, 심지어 그를 향한 사랑 때문에 일까지 내던진다. 수많은 관계가 순식간에 형성되고 소멸하는 세상에서 '테루코'는 그와의 사랑만큼은 순수하기에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타인의 시각에서는 이 사랑이 비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감정으로 여긴다. 즉, 관계의 범람과 증발을 경험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테루코'는 한순간의 꿈을 영원한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다르게 말하자면 감정의 정상성과 비정상성을 구분할 줄 모르게 된 현대인을 대표한다.
'테루코'는 자기가 필요할 경우에만 연락하는 '마모루'의 태도로 인해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가 있다. 아울러 도무지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이 점점 축적되면서 그를 향한 사랑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모루'에게서 연락이 오면 '테루코'는 하던 일을 마다하고 곧바로 그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테루코'는 그가 예전에 했던 모든 언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의 미래에 자기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사랑의 꽃을 피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어느 날 '테루코'는 본인이 느끼는 사랑이 보금자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스미레(에구치 노리코)'의 파티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두 사람은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채 '테루코'의 집까지 동행한다. 오묘한 분위기에 휩싸이자 '마모루'는 '테루코'에게 섹스하자고 말하고, '테루코'는 그가 '스미레'를 동경할 뿐이지 결국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으며 이에 응한다. 그런데, 섹스하자며 먼저 '테루코'의 옷을 벗긴 '마모루'는 성기가 발기되지 않자 푸념을 하듯이 자기 비하를 늘어뜨린다. 또한, '테루코'가 괜찮다고 신호를 보내지만,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모루'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테루코'를 침대 위에 놔둔다. '테루코'는 자기감정만 신경 쓰고 상대방의 감정은 안중에 없는 '마모루'의 태도로 인해 착잡한 생각에 빠지게 되고, 무엇보다 나체인 상태는 황량함을 불러일으켜 어수선한 마음을 심화시킨다.
'테루코'의 내면에 균열이 생기면서 플래시백 장면과 거울 이미지를 활용한 장면들이 점차 삽입되고, 삽입된 장면들은 하나의 의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만, 거울 이미지를 통해 과거의 '나'와 조우한 '테루코'의 혼잣말과 거울을 앞에서의 셔레이드를 고려하자면, 자기 삶을 환하게 밝혀줄 등대가 사라진 '테루코'는 표면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척을 하지만, 사실 끝이 보이지 않을 방황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이는 '마모루'와의 관계가 인연 관계라고 생각했던 '테루코'가 그의 미래에 존재하고 싶었을뿐더러 그 사람 자체가 되고 싶었지만, 사랑이 한순간의 꿈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자각했을 때 몰려오는 심각한 무기력함이다.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은 중후반부부터 '테루코'의 친구 '요코(후쿠가와 마이)', '요코'를 짝사랑하는 '나카하라(와카바 류야)' 등 극의 주변 인물들의 이름을 차례로 페이드아웃 후 새로운 시퀀스의 초단에 삽입해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을 만들고 엮어낸다. 이를 통해 감독은 사랑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현대인 혹은 젊은 세대의 슬픈 초상을 다층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이에 덧붙여, 비록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나온 인물은 아니지만, '테루코'의 직장 동료는 퇴사한 '테루코'와 점심시간에 식사하며 결혼 소식을 전한다. '테루코'에게는 결혼이 곧 행복이라는 등식이 설정되어 있지만, 그 직장 동료는 침착한 톤을 유지하며 오늘날 결혼은 반드시 행복과 안정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는 말을 남긴다. 현실을 유리하지 않았기에 직장 동료의 말은 옳으며, 너무 무덤덤하기에 또 다른 슬픈 초상이기도 하다.
영화 후반부는 서로의 사랑과 미래를 돕는 동반자로 남기로 약속한 '테루코'와 '마모루'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이들은 서로의 감정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테루코'는 '마모루'와 그가 동경하는 '스미레'의 관계를 응원하기 위해, '마모루'는 이전에 '테루코'에게 언급한 친구를 소개하기 위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자리는 두 인물의 새 출발을 위한 것처럼 보인다. 근데, 감독은 영화 편집에 있어 기초적인 규칙인 180도 규칙을 철저히 따르는 동시에 숏과 숏의 간격을 짧게 가져감으로써 이 자리가 두 사람 관계 제2막의 시발점이 절대로 아님을 이야기한다. 가상선을 두고 카메라는 클로즈업 숏으로 '테루코', 마모루', 그의 친구, 그리고 '스미레', 총 네 인물을 담아낸다. 정확히 말하자면, 180도 규칙으로 촬영된 장면에서 '마모루'의 친구는 시선의 오브제가 되고, 카메라는 나머지 세 인물의 시선을 근접 거리에서 각각 포착한다. 자기 친구를 쳐다보며 웃는 '테루코'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마모루'의 시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스미레'의 시선, 그녀의 시선을 느낀 '마모루'의 시선 이동, 그리고 시선을 바꾼 그를 쳐다보는 '테루코'의 시선이 오간다. 네 인물을 모두 보여주는 설정숏으로 돌아왔을 때 포착된 시선들이 화면의 중심에 모이고, 숏과 숏 간의 짧은 간격으로 완성된 시퀀스는 엇갈리는 시선과 여러 이미지로 가득 찬다. 이는 가시적인 가심(假心)과 비가시적인 진심(眞心) 사이의 불일치를 의미한다.
자리를 마무리하고 '테루코'는 '마모루'의 친구와, '마모루'는 '스미레'와 시간을 좀 더 보내기 위해 갈래길에서 헤어진다. 이때 감독은 '테루코'와 '마모루' 사이에 가상선을 설정하고, 카메라를 가상선의 중심에 고정시켜 두 인물의 시선을 차례로 담아낸다. 부딪히지 않은 두 시선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걸음걸이는 결합하여 서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두 인물의 심리적 표류 상태를 하나의 이미지로 구체화한다. 과거에 33세가 되면 코끼리 사육사가 되고 싶다고 한 '마모루'의 말을 잊지 않은 '테루코'는 방황하는 자신을 어떻게라도 정착시키려고 직접 코끼리 사육사가 된다. 하지만, 되레 자기가 처한 현실을 다시 응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테루코'는 몰려오는 무기력함에 묶인다. 결국, <사랑이 뭘까>는 관계의 범람과 소멸이 빠른 속도로 순환되는 현대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사랑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 그리고 어떤 태도를 지녔는지 보여주고, 결국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미로에 갇힌 상태를 그려낸 작품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