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를 시작했습니다!

살기 위해 하는 운동

by 차현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가는 것을 느낀 것은 서른두 살 즈음이었다.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빨래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데 자꾸만 이유 없이 짜증이 났다. 스스로도 짜증이 나고 기분이 안 좋은 이유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럽지만 다만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잠자코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슬그머니 옆에 와서 같이 빨래를 널기 시작했다. 아마 남편은 내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어떤 상태인지 설명해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나는 조심스럽게 내 상태에 대해 말했다. 어쩐지 이유 없이 기분이 좋지 않고, 뭐 한 것도 없는데 힘이 든다고. 그때 남편이 말해준 게 아직도 기억난다.

"서른두 살 즈음이었던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느끼기 시작했던 게. 그러면 이유 없이 짜증 나고 그럴 때도 있더라고. 같이 운동할까?"

앗, 운동!? 근처 헬스장과 공원이 먼저 떠올랐다. 헬스장.. 어쩐지 망설여진다.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 할까. 아니면 집에서 홈트라도 할까. 그렇게 나는 미약하게나마 집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스트레칭과 코어 운동 같은 것들. 한 프로그램은 평균 7분 정도였고, 3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아아, 이따가 출근할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할 때는 당장 끄고 싶을 만큼 그만두고 싶지만, 어떻게든 마치고 났을 때의 개운함이 이 미약한 운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도, 늘 나를 괴롭히던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그때 깨달았다. 살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겠구나.




그로부터 다시 2년이 지난 지금, 남편과 나는 아파트 단지 내의 헬스장에 등록했다. 3개월에 3만 원. 달에 1만 원인 셈인데, 시설은 많이 낡았다. 하지만 러닝머신도 있고, 둘 다 헬스장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는 거라 입문하기에는 마침맞을 것 같았다. 당장 시작하려고 보니 옷은 무얼 입어야 할지부터가 고민이었다. 신발은 근처 아웃렛에 가서 새 운동화를 마련했다. 막상 시작하면 별 것 아닐 텐데도, 역시 모든 것의 '처음'은 특유의 긴장감을 준다. 신발장에 가득한 운동화들을 보면서 등록한 회원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사람이 가득 차 있으면 어떡하지? 싶었지만, 다행히 우리가 가는 시간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러닝머신을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남편은 신발 사이즈가 많이 커서, 두고 다녀도 누가 훔쳐갈 것 같지 않다며 이름표를 적은 신발장 칸에 운동화를 척, 올려두었다. 나는 어쩐지 불안해서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다음엔 땀을 닦을 수건도 챙겨 오면 좋겠다고 말하며 첫 운동을 뿌듯하게 마쳤다.

그렇게 당차게 헬스장에 데뷔하고(?) 약 3주 차에 접어든 지금. 생각보다 운동이 재미있고 안 하면 허전하다! 이렇게 느끼는 스스로가 신기할 만큼 잘 다니고 있다. PT를 받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러닝머신 35분을 타고 이런저런 웨이트스러운 것을 하고 나오는 것이 전부지만,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하고 난 후의 개운함이 정말 좋다. 함께 하는 동료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잘 다니고 있는 것도 있고.

어느 날엔 하체 운동기구가 나보다 키 큰 사람에게 맞춰서 꽉 잠긴 상태였던 적이 있었다. 조절해 보려고 레버를 돌려보는데 얼마나 꽉 잠갔던지, 순간접착제로 바른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남편이 힘을 줘도 레버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서 며칠간은 그 운동을 안 하고 돌아갔었다. 그리고 어제 다시 가보니, 내 힘으로도 충분히 레버가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제 조절해서 끼운 다음 운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뻐서 남편에게 말했다.

"이거 봐! 누군가 윤활제를 발라둬서 이제 레버가 움직여!"

그러고 나서야 알았다. 윤활제를 발라둔 것이 남편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지나칠 수도 있었던 사소한 일인데 기억하고 있다가 윤활제를 발라주었구나. 누군가가 나를 마음 쓰고 있다는 것은 이렇게 사소한 행동으로 드러난다. 레버가 돌아가는 것 이상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고마운 만큼 열심히 하였더니 다음 날 허벅지 뒤쪽이 당긴다. 그럼 뭐 어때! 다음에 갔을 때 또 그만큼 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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