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거부한 자의 파국: 민준 선배의 퇴사

by 사공

정 부장의 낡은 권위와 동기들과의 공허한 한숨 속에서, 나의 비합리적인 회사 생활은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다. 입사 1년 차를 넘어서자, 나는 더 이상 비효율적인 상황에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복사하고, 여백을 맞추고, 바탕체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이었다.


그렇게 영혼 없는 '복종적 톱니바퀴'의 삶에 익숙해져 갈 무렵, 나의 무력감과 공포를 극대화한 것은 바로 민준 선배의 퇴사였다.


민준 선배는 H사 5년 차로, 명문대 출신의 똑 부러지는 일 처리로 이미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권위에 갇혀버린 비합리적인 시스템에 깊은 불만을 품고 혁신을 시도했던 몇 안 되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그는 3년 전부터 주도적으로 설비 개선 프로젝트를 밀어붙였고,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구체적인 성과를 냈었다.

하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매번 정 부장과 팀장의 비합리적인 '관습'이라는 벽에 부딪혀 현장 적용 단계에서 좌절되었다.


그는 시스템의 비효율을 참지 못하는 나의 미래의 모습과 같았다.


결정적으로 민준 선배가 찍힌 것은 6개월 전이었다.

그는 회의에서 "이대로 가면 3년 뒤 기술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며 데이터를 근거로 상부의 무사안일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논리는 완벽했지만, 정 부장은 그 순간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그는 결국 혁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 부장에게 철저히 찍혔다. 끊임없이 효율을 주장하던 민준 선배는 "협업을 방해하고 조직 질서를 해친다"는 명목으로 공식적인 심한 질책을 받았고, 결국 모든 중요한 회의에서 배제되었다.


어느날, 평소 사적으로 나를 아껴주던 민준 선배가 내게 조용히 남긴 말이 있었다. "현우야, 여기는 '왜'를 묻는 순간 바보가 되는 곳이야. 너도 알잖아. 시키는 대로, 조용히 시스템에 맞춰야 살아남아." 그 조언은 경고가 아닌 유언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4개월을 한직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던 민준 선배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약 두 달 전, 사표 대신 휴직계를 던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팀 동기에게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민준 선배가 휴직이 끝난 뒤 복직을 포기하고 완전히 회사를 떠났다는 것이다.

민준 선배의 퇴사 소식은 회사 내에서 작은 충격이었고, 믿었던 선배의 갑작스러운 퇴사 움직임에 나는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나는 민준 선배에게 처음으로 개인적인 연락을 했다. "선배, 잠시 뵐 수 있을까요?"

다음 날 저녁, 우리는 회사 근처의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민준 선배는 평소와 달리 넥타이를 풀고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그는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현우야, 나 스타트업 간다. 나에게 모든 걸 맡긴대.

시스템과 비효율에 갇혀 죽느니, 내 논리대로 부딪혀 보는 게 맞지 않겠냐?" 그의 눈은 좌절에 젖어 있었지만, 동시에 오랜만에 보는 생기가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민준 선배는 살길을 찾았다.

대기업 밖에도 숨 쉴 곳이 있구나.

나의 머릿속에도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희미한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뒤, 민준 선배는 철저히 회사 시스템 밖으로 사라졌다.

그를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동기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만 무성했다.

"엄청 잘 돼서 대박 났대"라는 희망적인 소문부터, "결국 실패하고 잠수 탔다더라"는 비관적인 소문까지.

그의 최종 결말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성공의 상징인지, 실패의 전철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유령이 되어 현우의 머릿속을 떠돌았다.

나는 민준 선배의 불확실한 결말을 보며 확신했다.

내가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하더라도, 이 시스템이 원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순종이었다.

그리고 순종하지 않는다면, 민준 선배처럼 버려질 수도 있다.

문제는 이곳에 남아 있으면 확실히 죽는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내면의 균열은, 이제 '이곳에 머물면 죽는다'는 시스템에 의한 완벽한 소멸 공포로 바뀌었다.

마침내, 나는 결심했다.


이 시스템 밖으로 나간다.


비합리적인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나의 아이디어가 통하고 나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 곳으로.

당장 회사 밖으로 나가야만, '현우'라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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