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초단편집
커튼을 젖히는 순간, 강의 남쪽이 환하게 펼쳐졌다.
식사를 하던 사람들은 쏟아지는 햇살에 반짝이는 강과 그 위로 솟아있는 빌딩숲을 보며 식사를 멈춘다.
우선 눈에 담고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든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시간이 제일 싫다.
저 멋진 풍경이 날 더 작고 초라하게 느끼게 하니까.
* * *
아직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씻고 화장하는 이 시간이 참 싫다.
좀만 더 자고 싶지만, 벌어야 먹고사는 몸이니까.
지하철 탈 땐 늘 뛰어야 한다.
앱으로 시간 확인하며 간신히 맞춰 탄다.
자리라도 잡으면 그제야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조심스레 고른다.
머릿속에 남기지도 않을 정보를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버스를 갈아타고, 남쪽에 있는 산으로 올라간다.
이상하게 늘 이때 긴장된다.
수십 번 했는데도 여전히 그렇다.
산에 자리 잡은 화려한 호텔.
내가 일하는 곳이다.
되게 화려하다.
여긴 진짜 계급사회다.
거기서 난 최하층.
그에 맞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계급이 없는 사회에서 입은 옷은 옷걸이에 걸어 사무실로 가져간다.
그 흔한 라커룸도 내겐 없다.
그렇게 손님들은 전혀 모르는, 거미줄처럼 얽힌 좁고 습한 통로를 지나면 거대한 주방이 나온다.
분주한 셰프들을 지나쳐 사무실에 옷을 놓고 홀 입구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어~ 수현이 오늘 근무네. 혹시 이번 주 또 언제야?”
“모레요.”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배정받은 팀으로 서둘러 들어간다.
커튼은 닫혀있고 조명은 부드럽고 음악은 잔잔하다.
조식 먹으러 온 손님들은 대체로 피곤한 얼굴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아침식사를 먹는다.
내 일은 빈 접시를 수거해 뒤편 싱크대로 가져가는 거다.
그곳엔 삼삼오오 모여있는 이모들이 뜨거운 척척 설거지를 한다.
난 다시 홀로 돌아간다.
그렇게 오전 타임이 지나치면 내가 싫어하는 그 시간이 온다.
커튼이 젖혀지고 가로로 길게 뻗은 통유리 너머 거대한 풍경이 쏟아진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땐, 진짜 넋을 놓고 쳐다봤다.
근데 금방 싫어졌다.
손님들 카메라 셔터가 연달아 터지고 다들 즐거워 보인다.
그 순간 나는 고개를 돌려 식은 접시를 치운다.
점심 손님들은 밝다.
기념일, 축하, 여유로움.
와인을 시키고 우아하게 잔을 들어 올린다.
새끼손가락을 살짝 세운 귀부인도 있다.
그걸 보면 부럽다가도 웃긴다.
“커피는 어떤 걸로 도와드릴까요?”
그렇게 마지막 주문을 마치고 사무실로 간다.
나와 같은 복장의 알바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 또 다른 ‘수현’이가 근무할 시간이다.
* * *
아주 가끔,
아주 문득….
호텔의 런치 가격을 검색해보곤 한다. 주제: 가난함으로 바라본 타인의 찰나의 행복
커튼을 젖히는 순간, 강의 남쪽이 환하게 펼쳐졌다.
식사를 하던 사람들은 쏟아지는 햇살에 반짝이는 강과 그 위로 솟아있는 빌딩숲을 보며 식사를 멈춘다.
우선 눈에 담고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든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시간이 제일 싫다.
저 멋진 풍경이 날 더 작고 초라하게 느끼게 하니까.
* * *
아직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씻고 화장하는 이 시간이 참 싫다.
좀만 더 자고 싶지만, 벌어야 먹고사는 몸이니까.
지하철 탈 땐 늘 뛰어야 한다.
앱으로 시간 확인하며 간신히 맞춰 탄다.
자리라도 잡으면 그제야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조심스레 고른다.
머릿속에 남기지도 않을 정보를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버스를 갈아타고, 남쪽에 있는 산으로 올라간다.
이상하게 늘 이때 긴장된다.
수십 번 했는데도 여전히 그렇다.
산에 자리 잡은 화려한 호텔.
내가 일하는 곳이다.
되게 화려하다.
여긴 진짜 계급사회다.
거기서 난 최하층.
그에 맞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계급이 없는 사회에서 입은 옷은 옷걸이에 걸어 사무실로 가져간다.
그 흔한 라커룸도 내겐 없다.
그렇게 손님들은 전혀 모르는, 거미줄처럼 얽힌 좁고 습한 통로를 지나면 거대한 주방이 나온다.
분주한 셰프들을 지나쳐 사무실에 옷을 놓고 홀 입구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어~ 수현이 오늘 근무네. 혹시 이번 주 또 언제야?”
“모레요.”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배정받은 팀으로 서둘러 들어간다.
커튼은 닫혀있고 조명은 부드럽고 음악은 잔잔하다.
조식 먹으러 온 손님들은 대체로 피곤한 얼굴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아침식사를 먹는다.
내 일은 빈 접시를 수거해 뒤편 싱크대로 가져가는 거다.
그곳엔 삼삼오오 모여있는 이모들이 뜨거운 척척 설거지를 한다.
난 다시 홀로 돌아간다.
그렇게 오전 타임이 지나치면 내가 싫어하는 그 시간이 온다.
커튼이 젖혀지고 가로로 길게 뻗은 통유리 너머 거대한 풍경이 쏟아진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땐, 진짜 넋을 놓고 쳐다봤다.
근데 금방 싫어졌다.
손님들 카메라 셔터가 연달아 터지고 다들 즐거워 보인다.
그 순간 나는 고개를 돌려 식은 접시를 치운다.
점심 손님들은 밝다.
기념일, 축하, 여유로움.
와인을 시키고 우아하게 잔을 들어 올린다.
새끼손가락을 살짝 세운 귀부인도 있다.
그걸 보면 부럽다가도 웃긴다.
“커피는 어떤 걸로 도와드릴까요?”
그렇게 마지막 주문을 마치고 사무실로 간다.
나와 같은 복장의 알바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 또 다른 ‘수현’이가 근무할 시간이다.
* * *
아주 가끔,
아주 문득….
호텔의 런치 가격을 검색해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