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추억이 된 나의 20대 시절
오늘 오후
엄마 점심 같이 먹게 준비하고 갈게
“ 응 그런데 아들 오늘 만나면
시간 좀 길게 만나게 다 마치면 와”
어쩌다 나는 약속 중에
급한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도중에
나올 수밖에 없는데.
엄마의 말에 미안해졌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점점 아들을 자주 보길 원한다는 게 느껴질 때
내색하지 않지만
마음속에 작은 울림이 생긴다
식사 한번 하는 일이,
그 쉬운 일이 때론 어렵게 느껴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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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이십 대 시절 여자친구가 있을 때
나는 손을 잡고 걷는 것을 어색해했다
감정표현에 서툴렀고 창피하기도 해서
먼저 걸어가면
나보다 어렸던 그 친구는 뒤에서 달려와
나와 팔짱을 꼈었다
그렇게 걷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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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네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관리 못한 너를 탓하고 너에게 화를 냈을 때
너는 자신을 생각하는 내 마음을 알아선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운한 듯 눈물을 흘렸었다
그날밤
다수의 병실이었지만
나는 네 곁을 떠날 수 없었다
너는 커튼을 치고
밑에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네 곁으로 올려내고
네 옆으로 눕게 한 후에
(말수가 적고 속이 깊었던 너는
마음이 좋지 않던 나를 옆에 뉘이고는
작은 소리로 말을 했었다)
“미안해 오빠”
너를 끌어안고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너 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두운 조명아래 빛이 반사되어
작게 비추고 있었음에도
네 얼굴이 보였었다
너를 보고 있을 때
너도 나를 본 듯 이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렇게 서로 아무 말 못 하고 바라보며
소리 없이 울기 시작하다가
나는 너를 끌어안았다
얇디얇은 네 몸이 차갑다는 걸 알고는
담요를 끄집어 올리어 덮어주고는
너의 팔을 쓰다듬었다
그리곤 앞으론 오빠가 조심할게
그러자 너는 몸을 틀어 내쪽으로 와
내 품에 들어오듯 돌아누웠다
나는 네 뒤에서
가녀린 어깨와 목선을 보곤
수척해진 거 같음에
안쓰러워 꼭 껴안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새벽 네시가 되었을 때
아파서 신음하던 소리에 깨었고
밑에 걸터앉아
네 이마를 만지고
너를 위해 기도했었다.
너는 귀엽고 예뻤었다
내 친구들도 내게 말하길
본사람은 하나같이 이쁘다고 말할 정도로
첫눈에 나는 네게 반했었고
그렇게 우린 사랑에 빠졌었는데
네가 아파하는 것이 한없이 내 탓 같아서
자책하고 미안해했었다
퇴원을 하고 기운이 없는 널
침대에 눕히고는 죽을 만들고
보리차를 끓여 네 앞에 가져가 먹일 때
너는 아무 말이 없었다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네 곁에 갔을 때 조금 기운이 차려진 너는
나를 옆에 눕히고 내 볼에 가까이 와서
볼을 비빈 후에 사랑해 오빠라고 말했다.
유난히 말수가 적고
표현보다 마음이 중요한 것처럼
나를 믿어선지
한 번도 말로는 그런 말을 한적 없던 네가
나에게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마음이 울컥했었다
시간이 지나 알 수 없는 일로
우리가 헤어졌지만,
이십 대의 순수한 열정으로 사랑을 놔눈
너와 내가 있었고
그때의 내 모습과
네 모습을 가끔 떠올려본다
나는 아직도
그 쉬운 말 한마디를
쉽게 내뱉지 못한다
말로 담아내기 어려운 말인 거 같아서
그 쉬운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한다
마치, 쉬운 일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때로는 표현이, 때로는 작은 인사가
어떤 이에겐 말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되어
헤어짐을 동반하기도 한다
내 눈빛도
자책감에 화를 낸 것도 네 옆을 지킨 것도
모두가 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