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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진 Oct 30. 2022

Day 4. 베를린

200107 Berlin

베를린에서 첫 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이제야 가족 모두 시차에 적응했는지 더는 새벽에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서울보다는 훨씬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1층 식당으로 아침을 먹기 위해 내려왔다. 어젠 배가 고파 맛있게 먹었지만, 호텔은 아니다 보니 조식 메뉴가 부실하긴 하다. 빵, 햄, 과일, 채소 정도가 준비되어 있는데, 부모와 세현이는 워낙 빵도 좋아하니 별문제가 없다. 문제는 바로 온이. 아직 빵 맛을 모르는 온이를 위해 우리는 미니 전기밥솥을 준비해 왔고, 어젯밤 자기 전 미리 밥을 지어놨다. 덕분에 햄으로 밥을 싸서 주니 온이도 아주 잘 먹는다.


                                                    

베를린 숙소의 아침 식사, 햄의 맛을 알아버린 온이 (2020.1. 독일 베를린)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묻지도 않고, 당연하단 듯이 놀이방으로 향했다. 시시한 놀이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이 워낙 즐거워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육아를 하는 내내 그런 내면의 갈등이 있지 않은가. 분명 나의 ‘세상’과 아이들의 ‘세상’은 다르니까. 유년 시절, 마치 큰 우주와 같았던 롯데월드에 성인이 되어 갔을 때,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른인 내겐 다소 시시하더라도, 아이들만의 세상에선 그걸로도 충분하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사실을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막상 그 이해를 통해 아이들의 모습을 온전히 용납하기까지 나아가진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다시 갈등이 시작된다. 30분 정도 놀았을까. 내가 30분간 너희들을 이해했으니, 너희들도 이제는 부모 마음을 알아줘야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젠 방에 올라가 외출 준비를 하자 이야기해보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세상’을 고수하려고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부모는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육아의 고수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어떤 방식이 가장 교육적이라 할 수 있을까. 두 아들과 지낸 지 꽤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결국은 가장 원초적인 카드를 꺼내 든다. 베를린에 있는 ‘레고 랜드(Legoland Berlin)’에 가자는 당근을 아이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조금 촌스러운 방식이지만, 이게 우리 수준인 걸 어찌하겠는가. 아이들은 흔쾌히 부모의 제안에 응해주었고, 즉시 방에 올라와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둘째 날 놀이방에서의 플레이 타임 (2020.1. 독일 베를린)


추운 베를린의 날씨, 단단히 준비하기 / 베를린에서 이층 기차에 타보기 (2020.1. 독일 베를린)


단단히 외출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오전 9시 30분이 되었다. 오늘은 날이 흐리다. 곧 비가 올 것만 같았다. 야외 활동은 어차피 어려워 보이고, 아이들과 약속한 대로 레고 랜드를 들렀다 쇼핑몰을 가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해 1일권 티켓을 구입하고, 기차 플랫폼으로 향했다. 애들이 또 이층 기차를 타고 싶다고 해서 조금 돌아가긴 했지만, 구글 지도에서 Legoland Berlin가 위치한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사실 베를린에 레고 랜드가 있다는 사실도 어제 어디를 가야 할지 검색을 해보다 발견을 했다. 세현이와 레고 장난감을 사주기로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레고 상점을 검색하려다 보니 레고 랜드라는 명칭의 장소를 찾은 것이다. 레고를 좋아하는 세현이에겐 잔뜩 허풍을 늘어놓았다. 아빠가 너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겠노라고. 역에 도착해서 지하 빵집에서 커피와 도넛을 사서 간단히 요기하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밖엔 약간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들 유모차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잔뜩 부푼 마음을 안고 레고 랜드를 향해 씩씩하게 걷기 시작한다. 앗, 근데 돌고 돌아도 가는 길을 모르겠다. 분명 구글 지도에서 나온 곳에 도착했는데, 내가 상상한 레고 랜드의 풍경은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순간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직감할 수 있었다. 분명 나는 레고 랜드라고 하면 커다란 놀이동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큰 규모의 전시장 같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한참을 주변을 돌다 보니 익숙한 작은 간판이 하나 보인다. 간판엔 분명 Lego Discovery Centre라고 쓰여있다. 그런데 건물 크기가 내가 상상한 모습과 차이가 너무 크다.

과연 이곳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게 맞는 걸까. 아이들 눈치를 보며 아내와 눈빛을 주고받는다. 우리의 결론은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가는 것은 사치라고 판단했다. 자, 그럼 세현이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다행(?)인 것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 입장을 위해 줄을 선 사람도, 비가 오는 거리에도 인파는 거의 없었다. 우선 세현이에게 레고 랜드가 운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사실 확인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또다시 가장 저급한 방식. 레고 랜드에 못 간만큼 더 좋은 레고 장난감을 사주기로 약속하고 발걸음을 옮길 수가 있었다.   

다시 구글 지도를 켜고 쇼핑몰을 검색하니 바로 인근에 Mall of Berlin이라는 대형 쇼핑몰이 있다. 그리고 쇼핑몰 안에 레고를 판매하는 상점도 있다고 확인했다. 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날이 춥다. 우린 빠른 걸음으로 쇼핑몰로 향했다. 쇼핑몰에 도착한 시간이 정오 무렵. 어느새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다. 부모 마음 같아선 밥부터 해결하고 싶지만, 레고 랜드를 가지 못해 실망한 아이들을 달래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점에서 세현이는 헬리콥터 레고를, 세온이는 계산대 장난감을 샀다. 아이들은 아이들인가 보다. 장난감을 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레고 랜드는 벌써 잊은 듯 보인다. 우리는 곧장 쇼핑몰의 식당가로 향했다.


                                                     

즐거운 장난감 쇼핑 시간 / 장난감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식사 시간 (2020.1. 독일 베를린)


역시 아이들과의 여행에선 이런 형태의 푸드코트에서 식사하는 것이 편하다. 음식에 대한 아이들의 서로 다른 기호를 존중해줄 수 있고, 무엇보다 광장 같은 이 느낌은 우리가 주변 상황에 둔감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아이들과 함께 유명한 식당에 갔는데, 눈칫밥만 실컷 먹고 온 경험이 다들 있지 않을까.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에 임할 수 있는 것도 참 중요하다.

그리고 식사 전에 장난감을 사준 선택도 아주 좋았다. 아이들은 좋은 기분으로 식사에 협조를 잘해주었고, 그러면 덩달아 부모의 기분도 좋아진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내내 부모와 자식 간에 미묘한 감정 교류가 일어난다. 자식 감정 컨디션에 부모가 휘둘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게 또 생각처럼 잘 되진 않으니. 특히나 이런 여행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이 기분이 좋으면 부모 기분도 좋고, 아이가 짜증을 부리면 부모도 짜증을 내게 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엔 아이들 기분이 좋아 다행이다.

우리는 좋은 마음을 가지고 1층에 내려와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유럽 여행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일이다. 1유로에서 2유로 사이면 아주 좋은 맛의 아이스크림을 접할 수 있다. 젤라토는 이탈리아가 유명하지만, 우리는 독일에서도 훌륭한 젤라토를 자주 만났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형제가 두 가지 맛을 골라서는, 얼마나 기분이 좋으면 서로 떠 먹여주기까지 하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부모에게 주는 것은 영 인색하다. 형제 사이에만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두 녀석 사이가 좋아서 그저 감사, 또 감사할 뿐이다.                

      

맛있는 젤라토 나눠 먹는 우애 깊은 형제의 모습 (2020.1. 독일 베를린)
베를린 포츠담 광장에 있는 현대식 쇼핑몰 Mall of Berlin (2020.1. 독일 베를린)


오후 2시. 자, 이제 중요한 시간이다. 바로 아이들 낮잠 시간. 이 시간이 되길 어찌나 기다려 왔는지. 어제 낮잠을 그리 안 자고 무리를 하더니, 세온이는 유모차 안에서 금방 잠이 들었다. 오늘은 세현이가 복병. 본인은 낮잠을 안 자도 괜찮단다. 대체 왜 낮잠을 안 자느냐고 묻자, 아까 잠깐 들렀던 장난감 가게를 다시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니 수많은 장난감을 보고 얼마나 더 구경하고 싶었으랴. 세현이 잠 문제에 예민한 아내가 웬일로 흔쾌히 세현이의 요청에 응한다. 레고 랜드에 못 가 미안했던 것인지, 아니면 오늘 아이들이 협조를 잘해줘서 그런 건지.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다. 세현이는 한참을 신나게 놀 수 있었다.   

                                                      

다시 찾은 장난감 코너에서 즐거운 놀이 시간 / 여섯 살 세현이가 벽에다 그린 엄마의 모습 (2020.1. 독일 베를린)


놀다 보니 어느새 4시가 되었다. 세온이는 여전히 자고 있고, 세현이는 오래간만에 실컷 놀았다. 이제 베를린에서 남은 일정은 두 가지. 바로 브란덴부르크 문에 가서 가족사진을 남기고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 정말 다행히, 비도 이제 그친 것처럼 보인다. 비가 내려 우려한 것보단 알차게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세온이가 오랫동안 낮잠을 자고 있기 때문일까. 확실히 아이 한 명만 챙기는 것은 할 만하다고 느낀다. 같은 시간 둘 다 잠을 자면 더 좋겠지만, 돌아가면서라도 이렇게 낮잠을 자니 부모로서는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걸어서도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산 티켓을 더 써야 한다는 일념으로 굳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쇼핑몰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이동 (2020.1. 독일 베를린)


포츠담 광장에서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더 가까웠다. 날씨가 좋다면 걸어가며 딱 좋을 거리다. 도착하니 오후 4시 30분. 그러나 해는 이미 지고 있고, 문을 중심으로 화려한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다. 어두움이 드리운 하늘 배경, 조명이 환하게 켜진 이곳엔 처음이다. 봄, 그리고 화창한 날씨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이렇게 멋진 곳이었던가. 역사적인 상징과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해 질 무렵 조명이 켜진 브란덴부르크 문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비가 내린 날이라 그런지 인파도 많지 않아 사진 찍기엔 최적의 조건.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 자는 세온이를 깨운다. 세온이는 푹 잤는지 어렵지 않게 일어난다.

사진을 몇 컷 찍으며 카메라 설정을 조정한 후 본격적인 촬영을 위해 삼각대를 찾는다. 앗, 그런데 삼각대를 안 가지고 나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 버렸다. 두 개 유모차 구석구석 아무리 찾아도 대체 보이질 않는다. 아내와 난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고 복귀할 것인지. 아니면 숙소에 들어가 삼각대를 가지고 다시 나올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에게 촬영을 부탁할 것인지.

그런데 불현듯 2014년 나와 아내의 사진을 엉망으로 찍어주었던 누군가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내가 사진 기술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사진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베를린의 밤은 오늘이 마지막이고, 우리는 또 오래 지속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두 번째 선택지를 택했다.

                                                

해 질 무렵 브란덴부르크 문의 아름다운 모습 (2020.1. 독일 베를린)


막상 호텔에 들어갔다 오려니 무척 귀찮기는 하다. 그래도 1일권을 끊어 놔서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다행인 건 아직 5시도 안 되었다는 사실. 우리는 어제 가지 못한 크리스마스 마켓에 우선 들르기로 했다. 겨울이 되면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전역의 도시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우리가 어제 트램을 타고 가면서 본 것은 Hackescher Markt역 인근에 열린 마켓이었다. 브란덴부르크 문에서는 버스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

들뜬 마음을 가지고 그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우리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깨달아 버린다. 분명 어젯밤 트램 안에서 그 화려하고도 활기찬 시장 거리를 두 눈으로 확인했는데. 마치 하룻밤 꿈처럼 그 화려함과 활기는 온데간데없고, 어두움만 가득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믿기 힘든 상황 속에서 영문을 파악하기 위해 바로 검색해보니, 운명의 장난처럼 크리스마스 마켓은 어제까지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어젯밤엔 아직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는 사실에 우리 가족 운이 좋다고 즐거워했는데, 그 운은 어제까지만 적용된 것이었나 보다. 베를린에 오기 전 일절 계획하지도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을 그르쳤다고 뭐가 이리 아쉬운지.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나와 아내는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땐, ‘다음에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며’ 감정을 추스르곤 한다. 오늘도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꼭 다음 여행에서 경험하기로 다짐하며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힘든 몸을 이끌고, 삼각대 챙기러 숙소로 들어가는 길 (2020.1. 독일 베를린)


우리는 바로 숙소로 향하는 트램을 탔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아니지만, 도로 곳곳 노랗게 드리운 조명 빛이 참 예쁘다. 5시가 넘으니 이제 슬슬 배가 고파온다. 숙소에 도착해 삼각대를 챙기고 다시 길을 나서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결국은 어제저녁을 먹은 Va Piano에 다시 가기로 했다. 사실 맘 같아선 2014년 아내와 갔던 슈바인스학세 식당에 가고 싶었지만, 그곳의 위치가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제 먹은 크림 리조토가 계속 기억이 났다. 어제 우리 요리를 해준 셰프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유튜버가 있어서 한국을 좋아한다며 버섯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넣어주었다. 조금 지나치게 많은 버섯 양에 처음엔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그 맛이 실로 엄청났다. 증명하지 못한 새로운 곳에 가느니, 어제 그 음식을 다시 먹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우린 다시 알렉산더 광장으로 향했다. 어제와 같게 메뉴를 먹자고 결정하고, 어제 만난 셰프 위치를 찾아보았는데. 오늘은 통 보이질 않는다. 아쉽지만, 인제 와서 어쩔 순 없다. 우리는 어제와 같은 메뉴를 주문했고, 남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부지런히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계산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긴 했지만,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도 충분히 만족할만하다.

                                                                   

이틀 연속 들른 Va Piano 식당 (2020.1. 독일 베를린)


사진 한 장 남기겠다고 돌고 돌아 다시 온 브란덴부르크 문. 해가 지기 전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어둠은 완전히 내려앉고, 내가 지각하기에 조명은 좀 더 하얀색에 가까워졌다. 굳이 묻는다면, 아까의 풍경이 더 아름다웠긴 하다. 그래도 기왕 삼각대를 챙겨 왔기에 우리는 가족사진 촬영 작전에 돌입한다. 생각보다 주변에 사람이 적어서 편한 마음으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미천한 사진 실력 탓에 이곳의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담아내진 못했지만, 분명 2014년 후회만 가득 남긴 그 사진보다는 나아 보인다. 아이들도 피곤할 텐데 협조를 잘해주어 다행이다. 사진을 찍고 보니 벌써 밤 8시가 되었다. 이제 슬슬 숙소로 복귀할 시간.                                           

             

힘들게 찍은 브란덴부르크 문 가족사진 (2020.1. 독일 베를린)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Welcome to Berlin (2020.1. 독일 베를린)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아내도, 나도 지쳤다. 오늘 하루는 정말 긴 하루였다고 느껴진다.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에 올라가니 환한 조명 간판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Willkommen in Berlin(Welcome to Berlin).


우린 내일이면 말라가로 가지만, 조명은  자리에서 베를린을 방문할 수많은 사람을 환영하고 있을 것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떤 도시에 이유 없이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나에베를린은 그런 도시다. 제법 추운 날씨였지만, 따듯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뭔가 충만한 느낌이다. 예전 아내와 봄에 경험한 베를린과 다르지 않게, 우리 가족 모두를 듯하게 환영해   도시에 감사함을 느낀다.


Danke Berlin(Thank you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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