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마음 가는 대로」는 2016년 6월에 대학 동기들과 함께 떠난 몽골 여행을 사진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한 여행기입니다. 2017년 자수용 실로 특이하고 예쁘게 제본한 책입니다.
"바야를라"
몽골어로 감사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몽골의 ‘테렐지 국립공원’의 드넓은 초원입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오고야 말았습니다.
여기에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는 건, 흔쾌히 보내 준 가족들 덕분입니다. 초대해 준 친구 덕분입니다. 계획을 세우고, 리더십을 발휘해 준 친구 덕분입니다. 그저 만나고 싶어서 모여준 친구들 덕분입니다. 그런 모두에게 감사,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바야를라"
여행은 6월 22일~6월 26일까지의 3박 5일. 대학 동기 7명의 멤버 중에는 26년 만에 만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두근두근, 신나고 설레는 마음이 자연스레 흘러넘쳤습니다.
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은 마음을 안고, 시공을 잊은 채, 그저 마음 가는 대로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몽골의 이미지는, 대초원, 칭기즈칸, 몽골 제국, 「수호의 하얀 말」, 마두금(馬頭琴), 게르, 스모 선수 정도의 얕은 지식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지도,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몽골에?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곳에 친구가 있어서!
청춘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함께하며, 서로의 가장 아름답던 모습을 알고 있는 우리였지만, 당시 너무 젊었던 탓에 겪어야 했던 실수나 실패, 연애사정 등 깊은 속 얘기까지 할 수 있는 관계까지는 아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거기다 졸업 후, 각자의 인생길로 들어서면서부터의 스토리는 친한 친구 몇 명을 제외하면 알 수도 없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해외에 거주하는 저 같은 사람은 더욱 그렇지요.
그런 소원함을 해소시켜 준 것은, 바로 전 해에 있었던 대학 전통의 '졸업 25주년 기념 대동창회'였습니다.
졸업하고 25년 정도가 지나니, 대부분의 동창들은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에 올랐고, 자녀 양육도 거의 마무리되어, 자기 자신을 뒤돌아 보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덕분에 많은 동창들이 모일 수 있었고, 즐길 수 있었고, 어른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청춘의 순수했던 자신으로 돌아가, 이야기도 통하고, 분위기가 달아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 대동창회를 계기로 우정이 깊어지고, 새로운 우정이 생겨나고, 다양한 이벤트와 모임들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번 몽골 여행도 그런 흐름에 따라 생긴 작은 이벤트 중 하나였습니다.
몽골에 살고 있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26년 만에 만나게 되는 몇 명의 다른 친구들을 보기 위해, 그저, 그저, 만나기 위해, 이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여행은 상상 이상으로 즐거웠습니다. 목이 아플 정도로,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이야기를 하고 또 해도 화제가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6년 간의 공백을 메꾸는 대화였으니까요. 앞으로의 인생을 더 의미 있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인생의 지혜를 나누는 시간이었으니까요.
신기하게도, 모두 체력이 바닥났을 법한데도, 한계에 이르렀을 법한데도 모두가 웃는 얼굴에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끝없이 수다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몸은 정신의 지배를 받나 봅니다.
우리가 이렇게 건강하게 푸른 초원 위를 걸어 다닐 수 있었던 건, 몽골의 대자연이 한몫을 한 게 분명합니다.
좋은 계절이 가져다 준 풍요롭고 드넓은 초원, 끝없이 펼쳐진 청명한 하늘, 조용히 흐르는 강물 소리, 깨끗한 공기.
몽골의 대초원에 빠질 수 없는 유목민의 집 '게르'
지금은 관광객의 숙박시설로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어 머물기 편리합니다.
게르의 입구가 낮은 이유는,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머리를 숙여 주인에게 인사를 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게르의 크기도 참 다양합니다.
게르 천정의 중앙은 창처럼 빛이 들어옵니다. 그곳으로 신이 내려온다고 믿어 그 자리에는 가면 안 된다고 합니다.
입구 맞은편이 집 주인장의 자리, 오른쪽은 부인, 왼쪽은 손님 자리입니다.
하루의 일교차가 심하므로 여름에도 난로에 불을 피웁니다.
게르에 머물던 날 밤에도 별을 보러 밖에 나가거나, 노래를 부르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밤 10시가 넘어도 몽골의 밤은 밝았고, 너무도 짧기만 했습니다.
유목민이 된 기분으로 말 타기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말은 매우 예민한 동물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서 내 나름대로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고, 목과 얼굴 등을 쓰다듬으며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맘이 통했는지 아주 기분 좋게 대초원을 천천히, 때로는 부드럽게 달려주었습니다.
정말 착한 아이였어요.
물론, 몽골의 전통요리도 맛보았습니다.
말고기, 양고기, 소고기 '샤부샤부'
각각의 좌석에 작은 인덕션이 설치되어 있었고, 다시 국물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원반 테이블을 돌리면서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호르호그'는 양고기 요리입니다. 우유를 짜서 넣는 큰 통에 뜨겁게 달군 돌을 많이 넣고 그 안에 고기를 넣어 증기로 조리합니다.
고기 냄새도 없고 야채도 함께 넣어 조리해서 맛있었습니다.
'호쇼르'는 만두처럼 생겼는데, 현지 몽골인들은 만두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야채 등을 넣고 오므려서 기름에 튀긴 요리입니다. 우리가 먹은 호쇼르 속에는 으깬 감자가 들어있어서 아주 맛있었습니다.
현재 몽골의 인구는 300만 명 정도로 경제 규모나 국제적 영향력이 작은 나라입니다만, 13세기 칭기즈칸과 그 아들들이 지배했던 몽골 제국은 역사적으로 강한 제국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박물관에 박제되어 버린 영광의 시대입니다만, 몽골인의 피 속, 혹은 가슴속엔 지금도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겠지요.
소년과 하얀 말의 우정을 담은 몽골 전래 동화 「수호와 하얀 말」에 나오는 몽골의 전통악기 '마두금(馬頭琴)'
한때, 모두를 위협하던 늑대. 지금은 박제되어 기념품 가게 문 앞에 걸려 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간단사'
몽골 최대 규모 사원으로 울란바토르 시내에 위치해 있으며 몽골 불교의 변천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간단사의 안쪽에 있는 관음당에는 높이 26.5cm의 관음보살상이 있습니다. 눈을 치료하는 관음보살이라고 합니다.
멀고 먼 몽골에서 만난 대선배 이태준 박사. 의사로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 중 몽골로 건너가 근대 의료 활동을 펼치신 분. 많은 몽골인들을 치료하고 명의로 이름을 떨쳤으며, 왕의 주치의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몽골에 가시면 '이태준 기념관'에도 한번 들려보세요.
그저 마음 가는 대로의 여행은,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물건, 식물, 문화 등을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이 만남을 통해 정말 많은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따뜻한 우정에 감동받았고,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가족의 사랑을 더욱 깊이 느꼈으며, 그리고 나 자신으로 돌아갈 시간도 허락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힘도 얻었습니다.
몽골 여행은 이것으로 끝났지만, 오늘도 인생이라는 나의 여행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씨실과 날실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누군가의 도움 받으면서 한 올 한 올 짜여 가겠지요. 꼭 멋진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