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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Sep 30. 2022

폐광산의 대변신, 정선'화암동굴'과 태백'통리탄탄파크'

어두운 터널과 갱도 속이 오히려 더 휘황찬란한 곳


모두가 기피하던 폐광이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나다


지하자원을 채취하는 광업은 굉장히 힘든 노동 강도와 고위험을 동반하여 과거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낙후됐던 시절에도 탄광촌에는 경제적·사회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어쩔 수 없이 정착한 경우가 많았다고 하죠. 과거 파독 광부처럼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업종보다는 보수가 좋았기에 선택하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강원도 남부의 영월-정선-태백에는 과거 광산이 많았습니다. 고된 노동과 상존하는 위험,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갔던 밑바닥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 바로 이 지역이죠. 하지만 해외 교류가 늘어나고 우리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광업은 점차 채산성을 잃었고, 석유 등이 석탄을 대체하면서 정부에서 아예 폐광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기도 했으며(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 최근에는 3D 업종 기피 현상이 강화되고 환경적 관심까지 커지면서 이들 광산 지역은 아예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습니다.

 *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1989) : 석유 등이 석탄을 대체하여 경제성을 잃어버린 비경제 탄광을 폐광하거나 감산하고 경제성이 높은 탄광을 집중 육성하고자 정부가 실시한 정책.


이런 이유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1996년부터 실시됐고 우리나라 유일의 합법적 카지노가 정선에 생기기도 하는 등 폐광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있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폐광 그 자체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들이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정선의 '화암동굴' 과 태백의 '통리탄탄파크' 입니다.



화암동굴 (1) - 폐광에 꾸며놓은 하나의 '박물관'


과거 여기는 정선군 화암면에 있던 '천포광산' 이라는 금 광산이었습니다. 일제가 국내의 금을 마구잡이로 수탈할 때 발견됐던 곳으로 한때는 국내 5위의 금광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이곳에서의 채광 활동 등을 재현하고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금 채굴의 방법과 우리나라 금 광산의 분포, 각종 금 세공품 등 금에 대한 내용도 따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실제 금맥의 모습을 볼 수 있게도 해놓았습니다.


전체 관람 구간 길이 1.8km 중 대부분의 구간은 블록 포장까지 되어 있는 평평한 길입니다. 전체 5개 구간 중 3개 구간이 평이한 도로를 따라 마치 박물관을 관람하듯 볼 수 있습니다. 주차장부터 동굴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하는데, 이것도 아이들에게는 상당한 재밌거리이기도 합니다.




화암동굴 (2) - 동굴 속 동화의 나라, 그리고 천연기념물 자연 동굴까지


보통 동굴 하면 어두컴컴하고 종유석이 자라고 박쥐가 날아다니고 그럴 것 같지만 화암동굴은 전혀 그 예상을 벗어납니다. 동굴 안에 갑자기 오색찬란한 동화의 나라가 펼쳐집니다. 화암동굴의 '찐' 재미는 오히려 이쪽에 있습니다.


가장 먼저 도깨비 동굴을 만나게 되는데, '금 나와라 뚝딱' 하는 게 아니라 '도깨비도 채광을 한다' 는 콘셉트로 광부 도깨비들을 만들어 놓은 게 재치가 넘칩니다. 그다음에는 갑자기 넓은 곳이 나타나면서 동굴 벽면에 영상으로 꽃밭이 펼쳐지고 고래가 유영합니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면 어릴 적 보았던 유명 동화들의 이야기를 조형물로 만든 포토존이 이어집니다. 이 구간들을 지나다 보면 잠시 여기가 폐광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됩니다.


과거 천포광산 구간을 지나면 천연기념물 제557호로도 지정된 천연 석회동굴이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마치 광장처럼 넓게 펼쳐져 있으며 다양한 색 조명으로 그 신비감을 더합니다. 비록 구간은 짧고 평이하지만 그래도 고씨동굴과 같은 유명 동굴들에 버금가는 동굴 탐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천연 동굴 구간은 아니지만 관람 구간 중간에 급경사의 철제 계단 365개를 지나는 구간도 있어 이러한 탐험의 재미가 더해집니다.





대부분의 관람 구간이 평이한 포장길이고, 다른 동굴들에서처럼 고개를 크게 숙이거나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는 구간은 하나도 없어서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이곳에는 경사가 급한 철제 계단을 오르내리는 코스가 있고 관람 구간 자체도 2km에 가까울 정도로 길어서 노약자들에게는 좀 부담스러운 코스일 수 있습니다.


동굴에서 하이원리조트 방향으로 가는 중간에는 민둥산(1,119m)이 있는데, 이곳은 해마다 가을이면 탁 트인 산 능선에 널리 퍼진 억새의 장관으로 유명합니다. 백운산(1,426m) 아래로 펼쳐진 하이원 스키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스키어들의 성지입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9월 말~11월 초(민둥산 억새 축제), 겨울 스키 시즌

- 연계 여행지 : 하이원 스키장, 하이원 우주영상관, 아우라지역 레일바이크, 정선 아라리촌, 타임캡슐공원


- 교통 : 서울시청에서 229.1km, 정선버스터미널에서 17.9km, 정선역에서 17.9km

           (서울-정선터미널)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5회, 편도 2시간 30분

           (서울-정선역) 청량리역에서 1일 1회(정선아리랑열차; 8:30), 편도 3시간 30분            

           (정선터미널~) 시내버스 편. 1일 10회, 편도 30분 / 정선역도 동일(정선농협 앞 탑승)

              *버스 편 문의 : 정선버스터미널 / 033-560-4150


- 먹거리 : 메밀콧등치기 국수, 곤드레밥(이상 향토음식), 실비식당(한우)


하이원 리조트
하이원 우주영상관 (하이원 리조트 內)
정선 아라리촌
정선 타임캡슐공원 (영화 '엽기적인 그녀')



통리탄탄파크 (1) -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


태백의 핫플레이스 통리탄탄파크는 원래 '한보탄광' 이라는 석탄 광산이었습니다. 과거 한보그룹이 개발했던 탄광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불과 10여 년 전인 2008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 후에 화려한 캐스팅의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였던 '태양의 후예(2016)' 촬영지로 쓰였는데, 이를 계기로 여행객들이 꾸준히 찾아오자 최근에는 120억 원의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여 지금의 통리탄탄파크가 되었습니다.


일단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이 퇴역한 헬기와 탱크입니다. 특히 헬기는 내부에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종석까지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나옵니다. 옆에 있는 속칭 '두돈 반' 군용 트럭도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옛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 전시물입니다.


그 외 옆에는 드라마에서 의료봉사단이 머물던 메디큐브가 그대로 전시되어 있고, 드라마 속 군 막사도 내부를 들어가 볼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매점에는 특이하게도 건빵과 전투식량도 팔고 있습니다.




통리탄탄파크 (2) - 어둠 속에 펼쳐진 빛의 축제


세트장 옆에 보면 '기억을 품은 길' 이라는 터널 출입구가 나옵니다. 안에 들어가 보면 조명도 거의 없는 칠흑과 같은 어둠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발길을 돌리는 분들이 좀 있는 것 같지만 그건 참 손해 볼 노릇입니다. 통리탄탄파크의 '찐' 재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거대한 암막 커튼으로 가려진 곳을 헤치고 들어가면 각각의 테마에 따라 여러 조명들이 나타납니다. 중간중간에 암흑(!) 구간이 좀 있어서 겁이 날 수도 있는데, 막다른 길이 아니니 휴대폰 조명을 켜고 어둠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좀 지나치게 어두운 구간들이 있어서 이 부분은 태백시에서 좀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기억을 품은 길' 을 지나면 소위 '천산고도(天山高道)' 라는 이름이 붙은 야외의 길로 빠져나옵니다. 약 700m 정도 되는 구간으로 이름 그대로 상당한 높이에서 오른편으로 태백의 전망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다시 '빛을 찾는 길' 이라는 또 다른 터널이 나오는데, 오히려 이쪽 터널에서 훨씬 더 휘황찬란한 조명들이 펼쳐집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억을 품은 길' 로 들어가 '빛을 찾는 길' 로 나오는 풀 코스를 걸으려면 족히 2km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거리나 시간이 부담스럽다면 거꾸로 '빛을 찾는 길' 로 들어갔다가 다시 되돌아 나오는 것도 방법입니다.


태백시는 평균 고도가 902.2m 나 되는 고원에 위치해서, 여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원한 곳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정선에서 태백으로 들어서는 두문동재 터널만 지나도 자동차로 1,000m 고지에 오를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웃한 삼척의 해변과 연계해서 여름에 '피서' 로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반면 겨울에는 태백에서 유명한 '태백산 눈 축제' 가 열립니다. 추위를 감안하실 수 있다면 겨울에 찾아가시는 것도 방법인데, 이때 탄탄파크의 터널은 '피한' 이 되는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여름 피서 철 / 1월 중순 ~ 2월 초순(태백산 눈 축제)

- 연계 여행지 : 바람의 언덕, 365세이프타운, 용연동굴, 몽토랑산양목장, 구문소


- 교통 : 서울시청에서 243.8km, 태백터미널(=태백역)에서 6.9km

           (서울-태백터미널) 동서울터미널에서 30~1시간 간격으로 운행(20회 이상), 편도 3시간

           (서울-태백역) 청량리역에서 1일 5회, 편도 3시간 20분 내외

           (태백터미널~) 시내버스 편. 15~25분 간격으로 수시 운행, 편도 20분 이내 / 태백역도 동일

              *버스 편 문의 : 태백터미널 / 1588-0585


- 먹거리 : 물닭갈비, 막국수


365 세이프타운 (안전체험관)
태백 구문소
태백 물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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