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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Aug 23. 2022

어사또가 걷던 길, 괴산 '연풍새재'와 문경 '조령관'

반대로 가면 가을로 물든 진짜 새재길을 만난다


경사를 듣는 길, 그래서 선비들이 애용한 길 '조령'


영남권에서 수도 한양(서울) 쪽으로 가는 길에 소위 '영남 3관문' 이 있습니다. 추풍령(221m), 죽령(689m), 그리고 조령(632m, 고개 기준) 입니다. 말이 고개(嶺)지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고된 길입니다. 과거에는 이 길을 걸어서 넘었겠죠.


재미있는 것은 시대 별로 선호하는 길이 달랐다는 점입니다. 죽령은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를 잇는 직통로였습니다. 고구려 온달 장군이 '죽령 이서 지역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 라고 했을 만큼 굉장히 중요했던 요충지였습니다. 추풍령은 세 고개 중 가장 우회하는 길이어서 과거에는 많이 이용하지 않았으나, 현대에는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면서 가장 많이 교통하는 길이 되었습니다.


'조령' 은 조선시대에 가장 많이 이용했던 길이었습니다. 선비가 많았던 영남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가장 애용되었다고 하죠. 죽령은 '죽죽 떨어진다', '죽 미끄러진다' 라고 하여,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 라고 하여 회피했다는 설화도 전해 내려옵니다. 반면 경북 문경을 지나는 조령길은 '경사를 듣는다(聞慶)' 는 지명 이름 때문에, 꽤 험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선비들이 선호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경북 문경에서부터 조령을 넘어 충북 괴산으로 떨어지는 문경새재-연풍새재길'어사또가 걷던 길' 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가면 더 멋진 길이 나온다


문경에서 시작해서 조령을 넘는 문경새재길은 예전부터 유명해서 많이들 가보셨을 것입니다. 제1관문인 '주흘관' 부터 시작해서 제2관문 '조곡관' 을 지나 마지막 제3관문 '조령관' 까지 걷는 길은 6.2km 에 달합니다. 실제 걷는 기준으로 1관문 입구의 문경새재 관리사무소부터 3관문을 지나 괴산쪽 조령산 관리사무소까지로 보면 8.5km 나 됩니다. 그래서 과거 학창시절에는 극기훈련의 단골 코스였죠.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1관문쪽으로는 개발도 많이 되어 있고 편의 시설도 많습니다. 입구에는 '태조왕건', '대조영', '광개토태왕', '대왕의꿈' 등 유명 사극들의 촬영지였던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도 있는데, 서울 광화문과 경복궁의 모습도 그대로 재현해 놓고 있습니다.


반면 반대로 3관문 쪽에서 1관문 쪽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쪽 방면으로 가면 3관문 가기 전까지는 경북 문경이 아니라 충북 괴산 연풍면인데, 그래서 충북에서는 이길을 '연풍새재' 라고 부릅니다. 이길 역시 완만한 경사에 포장까지 되어 있어 유모차를 끌고도 갈 수 있을 정도인데, 저는 오히려 이길이 한적하고 자연도 더 예쁜 느낌입니다. 특히 늦가을 경에는 단풍과 낙엽으로 훨씬 더 운치 있는 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문경 쪽에서 가는 길은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길' 이고, 이쪽 괴산 쪽에서 가는 길은 '과거시험 본 뒤에 돌아가는 길' 입니다. 상당수는 과거에 낙방한 뒤 '이 길을 언제 또 다시 오나' 하며 힘들게 넘던 길이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과거에 급제하고 개선 장군처럼 당당하게 넘던 길이었을 것입니다. 진짜로 어사또가 걷던 길은 이쪽 방향이었던 것이지요.


연풍새재 쪽으로 올라가면 더 좋은 것이, 짧은 시간에 최종 목적지인 3관문에 닿을 수 있습니다. 약 1.5km, 시간으로 30분 정도만 오르면 3관문에 닿아서 휴게소에서 파전에 막걸리를 먹는 게 가능합니다. 좀 부족하다 싶으면 2관문까지 3km 정도를 더 다녀와도 좋은 방법입니다.



조령관 (영남 제3관문)



진짜 새재길을 걷고 싶으면 연풍 방면으로


산길로 8km 가 넘다 보니 시작점을 괴산으로 하느냐 문경으로 하느냐에 따라 여행 방식이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문경 쪽으로는 기존에 유입이 많아 개발이 잘 되어 있는데, 그래서 별다방이 있을 정도로 편의시설도 많고 드라마 세트장만 해도 한참 사진을 찍고 돌아다닐 정도입니다. 입구에 생태미로공원과 생태박물관도 있죠.


그러다 보니 문제인 게 상당 수가 제1관 주흘관 근처만 보고 다시 돌아옵니다. 주흘관을 넘자마자 나오는 오픈세트장(드라마세트장)을 그냥 지나치고 산길을 오르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미 입구 주차장부터 오픈세트장까지만 최소 편도 1.5km를 걸어온 상황에서 세트장까지 다 돌고 나면 이미 체력 고갈이 되는 것입니다. 그 상태에서 제2관까지만 가도 편도 3km 를 더 걸어야 하는데 이길을 들어서기가 만만치가 않은 것이죠. 그래서 이쪽을 선택하면 오히려 새재길을 걷기가 어려워집니다.


반면 연풍새재 쪽은 주변에서 유혹(?)하는 게 없어서 주차장에서 3관문까지 직진하게 됩니다. 입구에 고사리 주차장부터 걷더라도 편도 2.5km 여서 3관문까지는 충분히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쪽에는 근처에 온천으로 유명한 충주 수안보가 있는데, 그래서 수안보를 베이스캠프로 하면 산길을 다녀온 뒤에 온천에서 휴식을 취하는 형태도 가능해집니다. 만약 수도권에서 출발했다고 하면 돌아가는 길에 충주 시내와 충주호 방면도 들러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쪽에는 편의시설 등이 부족해서 괴산에서 이런 부분을 강화했으면 좋겠습니다. 명색이 과거시험 길인데 이와 관련된 체험 프로그램이나 그런 게 하나도 없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10월 말 ~ 11월 초 (이 기간 중 연풍새재 옛길 문화행사도 있음)

- 연계 여행지 : (연풍→문경 방면) 충주 수안보 온천, 충주호 유람선, 충주 활옥동굴, 충주 중앙탑공원

                     (문경→연풍 방면)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문경 에코랄라, 문경 단산모노레일


- 교통 : (연풍→문경 방면) 서울시청에서 159.8km, 수안보 시외버스정류장에서 6.9km

                     (서울~수안보정류장)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6회, 편도 2시간 40분

                                 *부산(동부)에서 2회, 구미에서 4회, 점촌에서 5회

                     (수안보~연풍 고사리) 1일 4회, 편도 30분 이내

            *버스 편 문의 : 충주터미널(수안보) / 043-845-0001 , 아성교통(괴산시내) / 043-834-3351


           (문경→연풍 방면) 서울시청에서 172.6km, 문경터미널에서 4.7km, 점촌터미널에서 25.9km

                     (서울~문경터미널)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11회, 편도 2시간

                                 *부산(동부)에서 2회, 구미에서 5회

                     (문경터미널~관문) 1일 17회(완행 4회 포함), 편도 15분 이내

                     (서울~점촌터미널)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20회 이상, 편도 2시간 20분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편. 1일 11회, 편도 2시간 10분 

                                 *부산(동부)에서 8회, 동대구에서 18회

                     (점촌터미널~새재) 1일 12회, 편도 50분

            *버스 편 문의 : 문경시외버스터미널 / 1666-0343 , 점촌터미널 / 1688-7710

                                  문경여객(시내) / 054-553-2230


- 먹거리 : (연풍→문경 방면) 꿩요리(수안보 향토 음식), 기타 전, 두부 맛집

              (문경→연풍 방면) 족살찌개(문경 향토 음식), 기타 약돌돼지, 산채비빔밥, 이탈리안 맛집


충주호 유람선
충주 중앙탑공원
주흘관 (영남 제1관문)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서울 광화문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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