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피아노가 악기의 여왕인가
음악의 3요소는 멜로디, 화성, 리듬입니다. 멜로디를 배우기 위해서는 피아노를, 화성을 배우기 위해서는 기타를, 리듬을 배우기 위해서는 드럼을 배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하나를 택한다면 단연 피아노입니다. 피아노로도 3가지를 모두 다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아노가 최고의 악기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피아노의 건반 수는 88건반, 옥타브로 따지면 7옥타브 남짓됩니다. 진동수로 보면 27.5Hz 부터 4,186Hz 에 이릅니다. 가장 낮은 음역대를 연주하는 더블베이스나 튜바의 음역대부터, 가장 높은 음역대를 연주하는 피콜로와 바이올린의 음역대까지 피아노는 한 개의 악기로 모두 구현해낼 수 있습니다.
*옥타브(Octave) : 주파수 비율이 1:2인 음높이의 차이(음정)를 말함. 음악에서는 이를 완전8도 라고 하는데 그래서 '옥타브' 라는 이름이 붙었음. 직관적으로 말하면 '도' 음에서 위로 올라가서 다시 '도' 음이 될 때의 관계가 한 옥타브임.
클래식 음악에서 오케스트라가 화려한 것은 단지 많은 악기들이 합주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음역을 위아래로 폭넓게 퍼포먼싱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입니다. 그런데 피아노는 위에서처럼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내는 대부분의 음역을 혼자 커버합니다. 단 하나의 악기로 축약된 '작은 오케스트라' 인 셈입니다.
피아노는 1인이 동시에 6~8개, 이론적으로는 10개의 음까지 연주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음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는 기타처럼 다양한 코드의 화음을 연주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고, 다른 하나는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성부를 연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성부(聲部) : 멜로디 파트, 하모니 파트와 같이 선율과 화음을 이루는 개별 라인을 말함. 이를 테면 세 개의 악기가 각자 다른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다면 3성부가 됨.
특히 손가락 10개는 2개의 손으로 분리가 되어 있습니다. 2개의 손은 가까이 붙어 연주할 수도 있지만 꽤 떨어뜨려 연주할 수 있죠. 그래서 고음대와 중저음대로 분리하여 왼손과 오른손이 각자의 성부를 연주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주선율과 다른 보조 선율, 즉 반주를 동시에 재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보조 선율, 즉 반주를 담당하는 악기 없이 '나 홀로' 음악을 완성시킬 수 있는 악기는 몇이나 될까요? 나 홀로 음악은 둘째치고 두 개 이상의 음을 낼 수 있는 화성악기도 많지 않습니다. 하모니카와 생황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관악기는 단조 악기이고,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두 개 이상의 음을 낼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거의 성부가 하나라고 봐야 되겠습니다. 실로폰이 2개에서 많게는 4개까지 가능하고, 기타가 6개까지 가능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주선율과 보조 선율을 동시에 재생하는 데에는 좀 제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피아노는 '나 홀로' 도 부족함이 없는 멋진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좌우 양손으로 2개의 성부가 따로 진행함은 물론, 곡에 따라서는 한 손에 2개의 성부를 복합시켜 연주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풍부한 음의 동시 재생이 가능한 피아노만의 장점입니다.
피아노는 단순히 멜로디적인 건반 악기가 아닙니다. 피아노가 소리를 내는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피아노의 각 건반은 '현' 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것을 해머가 '때려서' 소리를 냅니다. 따라서 피아노는 현을 이용한 '현악기' 이면서 동시에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 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피아노는 현악기와 타악기의 장점을 상당 부분 구현해 냅니다. 서스테인 페달 또는 소스테누토 페달을 밟으면 현악기의 풍부한 울림이 그대로 구현됩니다. 또한 건반을 누르는 속도(Velocity) 를 조절하거나 스타카토 등의 주법을 이용해서 타악기 같은 리드미컬한 느낌도 구현해 낼 수 있습니다.
*서스테인 페달(sustain pedal) : 피아노 안에 있는 댐퍼를 줄에서 떨어뜨려 손가락이 건반에서 떨어져도 소리의 울림이 계속되도록 하는 페달. 피아노의 3개의 페달 중 가장 오른쪽에 있으며 '댐퍼 페달(damper pedal)' 이라고도 함.
*소스테누토 페달(sostenuto pedal) : 모든 음을 울리게 하는 서스페인 페달과 달리 직전에 누른 건반의 음만 지속되게 하는 페달. 원하는 음에만 울림 효과를 주고 나머지 음들은 기존대로 연주하거나 오히려 스타카토 등의 주법을 섞어 연주에 다양성을 부여함. 3개의 페달 중 가운데에 있음.
*스타카토(staccato) : 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연주법.
학창 시절에 리코더를 연주해 보셨겠지만 도레미파솔라시도마다 누르는 운지법이 따로 있어서 이를 외우지 않고서는 쉽게 연주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운지법에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기도 하지만 규칙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어서 명확하게 음의 높낮이에 대한 느낌이 와닿지 않습니다. 운지법을 모르고 불기만 했다가는 '삑' 소리만 날 것이고, 플루트나 오보에 같은 관악기들은 음을 내는 것부터 쉽지 않아서 그냥 불었다가는 바람 소리밖에 안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피아노는 참으로 간단합니다. 왼쪽은 낮은음, 오른쪽은 높은음입니다. 생후 1년도 안된 유아가 통통 두들겨도 소리가 나는 악기가 피아노입니다. 제일 이해하기 쉽고 제일 친근한 악기가 피아노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