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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Nov 07. 2022

재즈는 개성의 음악이다

개별 연주자 하나하나가 돋보이는 음악


재즈는 자유의 음악


현대 음악에서 재즈(Jazz)가 갖는 위상은 상당합니다. 재즈는 악보에 기초하지 않은 즉흥연주, 전통적 센박·여린박 규칙을 깨는 싱코페이션(당김음), 다양한 코드 문법의 활용, 연주자만의 음악적 해석과 표현력 등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현대 대중음악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깊게 녹아 있습니다.

 *싱코페이션(syncopation) : 기본적 셈여림에서 변화를 주어 강박을 강하게 하지 않고 약박을 강하게 연주하는 기법. '축소' 또는 '생략' 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함.


그런데 이러한 특징들의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바로 정형적인 것에 대한 거부 또는 반발입니다. 정형적인 악보와 연주, 정형적인 리듬과 화성, 이런 것들에 대해 과감히 '일탈' 을 시도한 것이 재즈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Take Five' 로 유명한 Dave Brubeck 이라는 재즈 아티스트는 재즈를 '자유'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좀 틀려도 좋다, 완벽하게 연주하는 건 클래식 음악가에게 맡겨라 이거죠.

 *'Take Five(1959)' : 1960년을 전후해 일어났던 혁신적인 예술운동 아방가르드(Avant-garde; 전위예술) 의 영향을 받아 D.Brubeck 이 5/4박자라는 실험적인 박자로 만들어낸 프리 재즈 계열의 히트곡.



재즈의 중심은 원곡자가 아닌 연주자


같은 맥락에서 재즈는 작곡자나 원곡자보다 연주자에 더 포인트가 맞춰집니다. 작곡자의 의도에 따르기보다는 연주자가 본인의 감정에 충실해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바로 재즈이고, 그래서 같은 곡이라도 심지어는 같은 연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연주할 때마다 다른 버전이 나오는 게 재즈입니다.


또한 D.Brubeck 의 말처럼 집단 연주 속에서도 개인의 자유가 드러나는 음악이 바로 재즈입니다. 이를 테면 클래식 악단의 중심은 지휘자이고 단원들은 그 지휘에 맞춰 연주합니다. 본인의 영감을 한껏 뽐낼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협연자 정도 가능하고 악단 전체의 밸런스와 하모니가 더 중요합니다. 이는 지휘자가 없는 실내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즈는 다릅니다. 악단의 구성부터 정해진 룰 없이 주자의 아이덴티티에 맞춰 구성합니다. 재즈 쿼텟(Quartet; 4중주)만 놓고 보면, 보통은 피아노 트리오(피아노+콘트라베이스+드럼)에 솔로 악기 하나지만 그 자리는 정해진 게 아닙니다. 피아노나 콘트라베이스는 기타로도 대체되고, 솔로 악기는 트럼펫부터 색소폰, 플루트, 클라리넷 등 되는 대로 참전(?)이 다 가능합니다. 여차하면 사람을 늘려 퀸텟(Quintet; 5중주), 섹스텟(Sextet; 6중주) 등으로 해도 되고, 사람이 좀 적다 하면 트리오(Trio; 3중주)나 듀오(Duo; 2중주)로 연주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마치 '되는 사람 다 붙어' 하는 식입니다.


어떤 특정 악기가 주선율을 담당하고 나머지 악기가 반주를 담당한다는 개념도 별로 없습니다. 솔로 악기 뒤를 백업하던 피아노가 어느 순간 메인이 되어 연주를 끌고 가고, 한참 솔로를 끌던 악기가 몇십 마디를 아예 악기 놓고 쉬기도 합니다. 소위 '카덴차' 라는 부분이 재즈에서는 각 악기마다 주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멜로디가 전혀 없는 드럼까지도 혼자 신나게 속주를 뽐내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는 셈이죠.

 *카덴차(cadenza) : 악곡이나 악장 중간에 연주자의 기교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구성된 화려하고 자유스러운 무반주 연주 부분. 클래식에서는 베토벤 이후에 작곡자가 카덴차도 악보에 직접 적어 두는 것이 관례임.


 

연주자가 가장 빛나는 음악, 재즈


클래식 오케스트라에서 제2바이올린의 3번 연주자가 돋보이는 음악은 뭐가 있을까요?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웬만한 곡에서는 제1바이올린의 리더인 악장도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물며 저 뒤쪽에 앉은 금관과 타악 개별 연주자들이 돋보이는 경우는 라벨(M.Ravel) 의 Bolero 같은 극히 일부의 곡이 아닌 이상 더더욱 없습니다.

 *'Bolero(Op.81)' : M.Ravel 의 대표곡. 보통 15~17분 동안 이어지는 곡 내내 스네어드럼이 같은 리듬을 연주해야 하는데, 전체 340마디 중 338마디 동안 같은 리듬을 똑같은 템포로 강도를 점점 높여가며 연주해야 함. 연주가 끝나면 스네어드럼 연주자를 따로 일으켜서 박수를 받게 하는 것이 관례임.


하지만 재즈는 웬만한 곡이라면 연주자가 본인의 존재감을 충분히 뽐낼 수 있습니다. 재즈 곡들은 형식적으로 개별 연주자가 돋보일 수 있는 구성을 많이 쓰는데, 위에서 얘기한 카덴차도 그러하고 또 재즈에서 많이 쓰이는 '부르고 응답하기(Call-and-response)' 구조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연주자가 곡에 대한 해석을 자유롭게 해서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유명한 재즈 바이블임에도 불구하고 각 여러 연주자의 버전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Call-and-response' : 한 사람이 부르면 다른 사람 또는 나머지가 이를 받아서 부르는 것. 흑인 노동요에서 기반한 '블루스(Blues)' 의 특징이며 이를 받아들인 재즈에서도 중요한 문법이 되었음. 우리 국악에서 소위 '메기고 받는' 선창·후창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음.


그리고 재즈는 테크닉부터 상당히 어렵습니다. 악보에 음표도 없는데 즉흥적으로 연주를 다이내믹하게 뽑는 것 자체가 상당히 고난도 미션입니다. 이는 악기 연주를 잘한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화성(chord)도 클래식에서는 도통 볼 수도 없는 다양한 화성을 쓰죠. 그리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연주자 개인이 돋보일 수 있는 수많은 스킬들이 개발되고 확장되어서 고난도의 연주가 즐비합니다. 물론 덕분에 재즈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경향도 나타났지만, 그런 이유로 연주자들에게는 가장 스스로를 뽐낼 수 있는 장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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