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 카자흐스탄에서 머문 마지막 도시였다. 모스크바로 향하는 기차표를 끊고 한숨 돌리듯 며칠을 보냈다.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숙소에 앉아 지나온 풍경들을 그리고 또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 온종일을 보내도 해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밤늦도록 하늘 높이 떠있는 해도 길고 긴 하루도 지겨워지기에 이제는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나보다 싶었다. 밤늦은 시간에도 아직 오후밖에 되지 않은 듯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뒤로 하고 나는 카자흐스탄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