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옷, 나의 오래된 친구

"의"식주 일상실험

by 문성 Moon song Kim

1.

오늘 입은 옷도 구제. 붉은 체크 데이 드레스는 큰 언니에게 물려받은 옷. 물려받은 지 12년이 넘었다. 흰색 카디건은 동묘의 2층 구제시장에서 산 것. 8년 전에 샀으니 아마도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구제라고 하면 품질이 별로 일 것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 붉은 체크 데이 드레스는 리넨 100%. 몸에 닿는 감촉도 좋고 빨래도 편하다. 흰 카디건은 울 100%. 아무리 추운 날에도 내의와 챙겨 입으면 포근하고 때도 잘 타지 않아 관리도 편하다.

2. 구제 옷을 좋아한다는 건

정확히 말하면 옷을 잘 버리지 않고 옷을 잘 사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옷장 세 개가 꽉 차있으니 옷이 적은 편은 아니라는 고백부터 해야겠지만. 옷이 옷장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나의 기준이라면 기준. 옷장에 있는 옷을 최대한 활용하고 꼭 필요하거나 꼭 사고 싶은 옷만 산다. 여기에 더해 매 계절 정리하며 입지 않는 옷을 기증하는 것으로 옷장이 터져나가는 불상사는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 옷장에는 십여 년, 이십여 년, 심지어 그것보다도 오래된 옷이 꽤 된다. 재미있는 건 같은 자매 건만 언니들은 구제 옷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친구들도 마찬가지. 내가 구제 옷을 좋아하는 걸 이해하고 자기도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들은 서양 친구들뿐이었다. 그렇다. 취향에는 문화뿐만 아니라 경험에 개인적 성향까지 여러 가지가 복잡다단하게 작용한다.

난 딸 부잣집 막내였던 터라 언니들의 옷을 물려 입는 게 당연했다. 언니들이 입던 걸 그대로 따라 입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위아래를 다르게 매치해보기도 하고 품을 줄이고 길이를 줄여 나에게 딱 맞는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다. 돈을 벌고 옷을 살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에는 적은 돈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갖고 싶어 고민하다 보니 구제 매장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옷들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며 다양한 스타일을 구경하고 시도해보는 것도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고 흥정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내 것이 된 옷들 중에서 많은 것들이 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내 곁을 지키고 있다. 오래된 친구처럼.


구제옷, 저말고 또 좋아하시는 분 없나요?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