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분의 일이라 해도

2장. 불면

by 문성 Moon song Kim

5. 부아앙. 부아아앙. 엔진 소리가 시끄러웠다. 부아아아아앙. 오토바이가 고민을 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금세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끼익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투둑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지고 부릉부릉 부아앙 다시 엔진 소리를 내며 멀어졌다. 더듬더듬 벽을 짚고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섰다. 창문을 열자 현관 앞에 떨어진 신문이 보였다. 신문지 사이로 삐져나온 광고지의 파격 세일이라는 문구도 그 아래 폐업정리라는 작은 문구도 또렷하게 보였다. 아직 푸르스름한 기운이 남아 있긴 했지만 날이 밝고 있었다. 밤이 가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창문을 닫고 돌아섰다. 그대로 욕실로 가서 샤워기를 틀고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어제 아침보다도 정성껏. 아니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방으로 돌아와 거울을 들여다보며 조심스레 머리를 말리고 공들여 화장을 했다. 밥부터 먹으라는 엄마의 성화에도 꿈쩍하지 않고 화장대 앞에 붙어 있는 사이 아빠도 언니도 출근하고 엄마도 챙겨 먹고 나가라는 말을 남기고 현관문을 나서는 소리가 들렸다.


방안에 널려 있는 옷들을 모아 그의 마음에 들 만한 옷을 찾았다. 거울 앞에서 하나씩 입어보고 괜찮다 싶은 것으로 갈아입기를 몇 차례. 신중을 기해 옷을 고르고 나서도 귀걸이와 가방과 신발을 맞춰보고 다시 맞춰보며 가장 근사한 모습으로 그를 만날 준비를 했다. 마침내 집을 나섰을 때에는 점심을 훌쩍 넘긴 뒤였다.


온 마음을 다해 그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오로지 그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찌 되든 그를 만나야 했다. 이후를 가늠해보는 따위는 무의미했다. 어떤 것도 확신할 순 없었지만 그를 만나야 한다는 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무기력하게 주저앉아있느니 그를 만나서 매달리는 게 나았다. 백만분의 일이라 해도 우리가 헤어지지 않을 확률에 나를 걸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밤새도록 고민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고민하는 내내 잠시도 몸을 편안히 둘 수가 없었다. 누워 있어도 앉아 있어도 서성이고 있어도 웅크리고 있어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내 몸이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어서 빨리 그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그에게 매달려라도 봐야 한다고 나를 닦달하고 있었다.


이 순간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정말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해도, 그때에도 또다시 그를 찾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나를 덮칠 듯 달려드는 두려움 속에 당장이라도 놓칠 듯 아주 작은 희망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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