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5장. 불면증

by 문성 Moon song Kim

6.

[회신전화번호]미정이 [받은 시간]03.11.05. 09:01

[메시지 내용] 날씨 무지 춥다. 감기는 안 걸렸냐? 빨리 연락 왔으면 좋겠다.

[회신전화번호]지희 [받은 시간]03.11.02. 22:39

[메시지 내용] 잘 지내고 있니. 다들 걱정하고 있단다.

[회신전화번호]미정이 [받은 시간]03.10.27. 10:33

[메시지 내용] 수업 듣다가 생각나서……. 제발 얼굴 좀 보여 다오. 언니가 술 사마.

[회신전화번호]미정이 [받은 시간]03.10.13. 00:05

[메시지 내용] 그렇게 숨어버리면 어떡해. 괜찮은 거니? 얼굴 좀 보자.

[회신전화번호]미정이 [받은 시간]03.10.11. 09:12

[메시지 내용] 김연희! 한 달이 넘었다. 어떻게 문자 하나도 안 하냐! 나쁜 기집애.

[회신전화번호]지혁오빠 [받은 시간]03.10.8. 13:28

[메시지 내용] 야 인마, 휴학은 뭐고 또 왜 이렇게 감감무소식이냐. 연락 좀 해라.

[회신전화번호]정수 [받은 시간]03.09.26. 12:30

[메시지 내용] 누나 휴학했다면서요. 뭔 일이래요? 전화도 안 받고. 답문이라도 보내요.

[회신전화번호]미정이 [받은 시간]03.09.22. 14:13

[메시지 내용] 진짜 휴학한 거야? 전화해. 언니 기다린다.

[회신전화번호]지혁오빠 [받은 시간]03.09.16. 11:24

[메시지 내용] 얘기 들었다. 그런다고 세상 끝나냐? 술 한 잔 하자.

[회신전화번호]미정이 [받은 시간]03.09.10. 09:12

[메시지 내용] 인우한테 들었어. 하도 연락이 안 돼서 니 안부 물었다가……. 전화해.


문자메시지가 말을 했다. 메시지를 하나 열 때마다 메시지를 보낸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투가 글자를 앞질러 내용을 다 읽기도 전에 귓가에서 맴돌고 있었다. 당장 이들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 날 생각해주는 사람들을 잊고 지냈는지 나 자신이 의아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모이기만 해도 즐거웠었다. 무엇이든 안줏거리 삼아 술과 함께 넘겼었다. 사람들 속에서 웃고 떠들며 나를 잊어버렸었다. 그때로 간절히 돌아가고 싶었다.


핸드폰 화면 시계를 확인했다. 3시 8분. 새벽이었다. 지금 만나자고 연락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미리 약속을 잡으려고 연락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핸드폰을 달래기라도 하듯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쓰다듬었다. 손가락이 몇 번 지나고 나자 화면의 숫자 8이 9로 바뀌었다.


계속 보고 있다가는 통화버튼을 누르게 될 것 같아 폴더를 닫았다. 쪼그리고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 이부자리에 쌓여 있는 옷더미 위로 아무렇게나 드러누웠다. 어둠이 내 위로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무겁다 못해 갑갑했다.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어 봐도 나아지지 않았다. 째깍째깍째깍. 또다시 시계 소리가 시작되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 폴더를 열어젖혔다. 손바닥 반도 안 되는 작은 화면의 불빛이 어둠 속에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네모난 모양이 꼭 출구를 알려주는 비상등 같았다. 문자메시지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마지막 메시지까지 읽고 나서도 몇 번이나 폴더를 열고 닫기를 반복하다가 끝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지금 이 자리에서 도망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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