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7장. 장면과 장면 사이

by 문성 Moon song Kim

1. 이상했다. 몸이 붕 떠 있는 게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머리도 아파왔다. 날카로운 무언가가 뒤통수를 찔러대더니 머릿속 한가운데로 파고들었다. 머리를 베개에 처박다시피 깊숙이 묻고 나자 이제는 속을 뒤집었다. 뱃속을 훑어 내려갔다가 다시 훑어 올라오고 있었다. 쓰리다 못해 메슥거려 옆으로 누워 다리를 오므리고 무릎 쪽으로 고개를 말아 넣었다. 어떻게든 울렁임을 피해보려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괜찮은 거냐고 속삭이던 미정이의 얼굴이 머리를 스쳤다. 원샷을 외치며 잔을 부딪치던 장면도 미정이와 지혁 오빠의 팔에 끌려가던 장면도 연이어 스쳐갔다. 파묻고 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벼가며 주위를 둘러봤다. 바로 앞에 방문이 왼쪽에 책상과 책장이 오른쪽에는 옷장과 미니 냉장고 곁으로 삼단 서랍장이 보였다. 한눈에 들어오는 비좁은 공간에 꽉 찬 살림살이가 익숙했다. 미정이의 자취방이었다.


미정이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간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날 데려다 재웠을 터였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몇 개의 장면만으로는 그것밖에 짐작할 수 없었다. 그 장면들을 실마리 삼아 기억을 더듬어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야말로 필름이 끊겨 장면과 장면 사이가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기운이 빠져 고개를 떨어뜨렸다. 기다렸다는 듯 두통이 심해졌다. 한 술 더 떠 금방이라도 넘어올 듯 속이 울렁거리고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두 팔로 다리를 감싸 안고는 무릎에 이마를 얹고 눈을 감았다. 몸을 최대한 조그맣게 웅크리고 숙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깜박 잠들었다 눈을 떴다. 등이 따뜻해서 돌아보니 벽에 높이 올라붙은 창문에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눈부신 햇살에 눈앞이 아득했다가 차츰 뽀얗게 변했다. 햇살을 머금은 먼지들이 허공을 떠다녔다.


햇살이 환하게 비추는 방을 다시 찬찬히 둘러봤다. 내가 조금 전까지 덮고 있던 이불이 요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요 발치에 내 점퍼와 목도리와 양말이 차곡차곡 단정하게 개어져 있고 그 위에 쪽지가 놓여 있었다. 기어가서 쪽지를 집었다.


연희야, 잘 잤니?

할 일이 많아서 먼저 나가.

내일부터 기말 시작인데 과제도 산더미야. 흑흑.

아무것도 안 해놨는데 큰 일 났다. 내가 미쳤지. 당분간 금주다.

너 어제 많이 토했어. 잘 때도 계속 속이 안 좋은 것 같던데 괜찮아?

괜찮아질 때까지 푹 쉬고 가. 난 수업 끝나면 도서관에서 밤새야 할 듯.

방문은 나갈 때 안에서 잠그고 밖에서 확인해보면 되는 거 알지?

미정.


현관에서본침실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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