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무엇하나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2. 예상이 적중했다. 미정이는 카페에 들어서는 나를 보자마자 핸드백에서 흰 봉투를 꺼내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몇 마디 채 주고받기도 전에 들고 있던 봉투 두 개를 지혁 오빠와 내 앞에 하나씩 놓았다.
“가까운 사람들한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어서 청첩장 나오자마자 보자고 했어. 너도 지혁 오빠도 바빠서 약속 잡기도 어렵고 하니까 가능한 한 빨리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덧붙였다.
“나도 아직 실감이 안 나긴 하지만. 그래도 축하해줄 거지?”
“당연히 축하하지. 줄 게 있다 길래 짐작하긴 했어.”
“그랬냐? 난 전혀 몰랐네. 어쨌든 축하한다. 짜식. 오라버니보다 먼저 가는구나.”
지혁 오빠도 나도 봉투에서 청첩장을 꺼내 들었다.
“날짜가 생각보다 빠르네? 한 달도 안 남았는데?”
“나도 이렇게 빨리 하게 될 줄은 몰랐어. 올봄에 오빠네 집에서 한 번 봤음 하셔서 상견례를 했는데 양쪽 어른들께서 말 나온 김에 그냥 해치우자고 서두르셔서.”
미정이의 목소리는 조금 들뜬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주저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빠가 아시는 분이 하는 식장이 있다고 알아본다고 하셔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덜컥 날짜를 잡아오신 거야. 가을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을에는 식장이 꽉 차서 안 되고 겨울은 너무 늦으니까 안 되고 그러다 보니까 남은 날 중에 그나마 가을에 가까운 걸로 고르신 거래. 계약금까지 내고 오셨는데 무르기도 그렇고 내가 더 좋은 조건으로 알아볼 엄두도 안 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날 하게 됐어.”
“잘하셨네. 마음먹은 거면 질질 끌 필요도 없지 뭐.”
“그렇긴 한데 날짜가 급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준비할 게 뭐가 그렇게 많은지 주말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결혼 말 나오고 진즉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누굴 만날 짬이 안 나는 거야. 오늘도 여기 오기 전까지 드레스 보랴 가구 보랴 도대체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지. 코앞에 닥친 일들 처리하다가도 잘하고 있는 건가 이게 정말 맞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꼭 뭐에 휩쓸려서 떠밀려가고 있는 기분이라니까.”
“에이, 결혼을 앞둔 신부가 왜 이래? 아무리 바빠도 행복에 겨워야 하는 거 아냐?”
“너도 결혼 준비해봐라. 그런 소리 안 나온다.”
“그래도 기뻐할 일이지 슬퍼할 일은 아니잖냐, 인마. 근데 결혼 소식을 알리는데 왜 혼자야? 준호랑 같이 안 오고? 둘이 와서 근사하게 한 턱 쏘면서 얘기해야 되는 거 아니야?”
“오빠도 오빠네 과 친구들 만나러 갔어. 나도 만나서 편하게 얘기하고 싶고 해서 각자 자기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합의 봤지. 오빠가 이해해주라. 뻔히 다 아는 사이에. 안 그래도 결혼 준비하면서 만날 치고받고 싸우기만 하는데 나도 다른 사람들 만나서 한숨 좀 돌리자. 결혼하면 붙어 다니고 싶지 않아도 붙어 다녀야 할 텐데 뭘.”
“하긴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네. 너희 커플이 오래 사귀긴 오래 사귀었다. 준호가 너랑 사귄다고 이야기하던 게 내가 2학년 때니까 벌써 7년이나 됐네. 이야 진짜 축하해야겠네. 결혼으로 7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는구나.”
“새삼스럽게 왜 그래. 오빠네 커플이야말로 우리보다 오래됐으면서. 우리보다 일 년 먼저 사귀었으니까 8년이네 8년. 오빠네는 결혼 안 해?”
“결혼은 무슨. 안 그래도 얘기하려고 했는데. 우리 얼마 전에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