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둥지같은 잠자리

의식"주"일상실험

by 문성 Moon song Kim

1. 잠자리의 중요성

공간은 생각보다 내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 내가 선택하기도 하지만 뒤집어 어떤 공간에 어떤 시간에 있느냐가 나를 좌우하기도 한다. 아무리 핸드폰화면을 들여다본다고 해도 아무리 노트북모니터에 집중한다고 해도 물리적인 시공간을 벗어날 수는 없기에.

특히나 잠자리는 하루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기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래서 공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면 최대한 그것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나에게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어떤 공간에 어떤 시간에 있느냐에 따라 그 순간 천국을 맛볼 수도 지옥을 맛볼 수도 있다. 옥탑방에서 일년을 지내본 사람은 알게 된다. 한 여름의 햇살이 하루종일 달구어 놓은 사방의 벽과 지붕에서조차 열을 뿜어내는 방은 밤새도록 숨막히는 그 열기를 견디어내느라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다는 것을. 하루의 피로를 잠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새로운 아침을 맞아 힘차게 시작하기는커녕 더위에 뒤척이며 풀지 못한 피로를 그대로 어깨에 달고 흐르는 땀방울로 불쾌지수 높은 아침을 맞아야한다는 것을. 그렇게 누적되는 하루하루는 기분만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전체를 지배한다.


2. 나에게 맞는 잠자리

잠자리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새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한국의 곳곳을 여행하며 만났던 숙소들을 생각해본다. 어디서든 결국은 돈과 숙소의 질은 상관관계를 이뤘다. 인구밀도에 비례해서 가격은 올라가고 숙소의 크기는 급격히 작아진다. 더불어 대도시에서 지방의 소도시로 자연에 가까운 외딴 곳으로 갈수록 가격대비 공간은 넉넉해지고 쾌적함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최소의 금액으로 최악의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보다는 조금 금액을 보태 하급에서도 그나마 상급을,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조금 더 보태어 중하에서 중상급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됐다. 비바람을 막는 천장과 벽만 있는 것에서 적당한 온습도의 쾌적한 침구로 넘어가는 것의 차이는 나의 수면에 체력에 그리고 마음상태에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굳이 최상으로 갈 필요는 없다. 중상부터 최상까지는 질과 가격은 비례하기보다는 우월과 품격을 보여주는 것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최고급호텔의 공간은 가격에 비례해서 넓어지다가 어느 정도 수준부터는 크기는 비슷하지만 어떤 풍광에 위치하고 어떤 가구와 어떤 조명을 썼는지를 강조하여 광고한다. 어차피 나는 몸뚱이가 하나뿐이니 축구장만한 공간따위는커녕 내 몸을 누일 수 있는 싱글베드면 충분하고 푹 자는 것이 중요하기에 창밖으로 해변이든 도심이든 보이는 것보다는 뽀송한 베개와 시트가 더 중요하다.



2. 아늑한 둥지같은 잠자리

하루의 피로를 뒤로 하고 잠자리에 누워 아늑한 조명 아래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맞는 밤. 잡생각으로 뒤척이거나 마음이 심란해지지 않으려면 오히려 아무것도 보지 않고 푹 쉴 수 있으면 했다. 먼지가 된 기분으로 돌아와서도 편안하게 숨어들어 내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

내 일상에서도 삼분의 일을 보내는 잠자리를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공간스케치를 시작했다. 내 방의 크기, 가지고 있는 가구들의 크기를 재고 배치를 바꾸어보면서 궁리했다. 잠자리에 들었을 때,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서류나 글자, 고지서, 화장품따위 일상의 잡동사니가 보이지 않도록, 동창이라 새벽부터 내리꽂히는 햇살에 눈이 아프지 않도록.

높은 책장을 벽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가벽처럼 세우고 공간박스들을 활용해 공간을 분리했다. 너무 많은 책과 자료들을 수납해야하기도 했고 공간에 맞는 기성품 싱글베드나 베드프레임이 없었기에 동네 목공소에 가서 넉넉한 두께의 합판을 잘라와 아래에는 책과 서류를 수납하고 위에는 매트를 깔아서 침대로 만들었다. 집게로 편하게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이케아 조명을 달고 마음에 드는 침구를 사서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그렇게 일년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이 아늑한 둥지같은 나의 잠자리를 좋아한다. 아마도 또 불편함을 느끼거나 더하고 싶은 게 있다면 바뀌겠지만 아직은 아늑한 둥지, 이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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