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집 실험

의식"주"일상실험

by 문성 Moon song Kim

1.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원하는 공간 만들기

작은집짓기운동을 알게 된 것은 벌써 몇 년전이다. 손이 닿는 대로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웹서핑을 하며 정보를 모으며 언젠가는 직접 나만의 작은 집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대학원과 직장만으로도 벅찬 당장의 일상에서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었다. 먼 꿈으로 두다가 결국은 환상으로 남기고 마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들부터 시작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더랬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나자, 기준은 단순해졌다. 내가 머무는 공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것.

그것이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이왕이면 내 마음이 편안한 곳을 고르는 사소한 것부터 내가 하루의 삼분의 일 이상을 보내는 방, 혹은 집을 내가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제법 큰 것까지도 적용되는 유일한 기준이 되었다.


2. 나의 방 인테리어

가구를 배치하는 것을 넘어 나에게 맞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된 것은 몇 년 전 여러가지 이유로 작은 옥탑방으로 거처를 옮기면서부터였다. 창고에 가깝게 버려져있던 방으로 들어오기로 결정하고 보니 방은 천장도 낮고 좁았다. 쌓여있던 물건들을 치우고 나니 곰팡이가 가려져있던 곳을 중심으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가뜩이나 옷도 많고 책과 서류도 많은 나로서는 곰팡이를 제거해야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벽면페인트칠과 장판을 다시 까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살림이라 부르기도 옹색한 가구와 물건들을 내 일과에 맞게 동선과 쓰임새를 생각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도리어 공간을 적극적으로 나에게 맞게 만드는 노력을 하게 만든 셈이었다.

재미있게도 공간을 만들어가면서 새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미처 몰랐던 나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어떤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지를, 알게 되었다. 잘 때는 큰 침대보다는 오히려 아늑한 작은 침대를 더 좋아한다는 것. 햇살이 내 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걸 좋아하지만 건조한 눈때문에 한여름 아침 눈을 찌르는 햇살에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 책상 위든 테이블 위든 단정히 정리되어 있는 편이 쉴 때에도, 아이디어를 발산할 때에도, 정리할 때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 자료들을 펼쳤다가 다시 한눈에 들어오도록 넣을 수 있는 책장이나 자료함과 같은 공간과 생각을 진행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다시 정리하기 위한 텅 빈 보드판이나 벽면과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 물이나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을 꽤 즐기기에 그런 여유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 요가나 스트레칭 혹은 명상을 하기 위한 공간 역시 필요하다는 것. …….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는 나의 취향들을 발견하면서 나는 틈틈이 공간을 조금 더 나에 맞게 조금 더 내가 편하게 바꾸어왔다.


3. 그리고 새로운 도전, 나의 작은 집 인테리어

지금 나는 오래된 작은 집을 구해서 차근차근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좀 더 나의 취향에 맞는 공간을 찾아서 그 곳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또 그 곳에서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데에 나의 시간을 쓰고 싶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던 바람인 것은 분명함에도 오랜동안 잠잠히 가라앉아있던 이 바람은 난데없이 고개를 쳐들었다.

학위도, 직장도, 분야도, 삶의 진로가 더없이 불투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순간들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도리어 마음은 차분해지고 할 일은 또렷해졌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내가 지금 선 곳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을 위해 내가 아는 유일하 방법은, 하루하루를 내가 원하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꾸준히 쌓아가는 것뿐이었다. 그렇다. 어찌보면 가장 하찮고 사소해보이는 일상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대로 채워가야지 한다는 것이 지금껏 내가 살아오면서 배운 것이었다. 이렇게 적고보니 내 일상의 대부분을 채우는 공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만들어나가려 새로이 집을 구하고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된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국의 작은집짓기 학교 "주거"에서 찾는 "나다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