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와 수전설치 마무리

의식"주"일상실험

by 문성 moon song

장판을 마무리하고 나서도 비는 끊임없이 내렸고 욕실의 타일은 불안정했다. 흰색 시멘트도 세라픽스도 굳지 않아서 타일이 움직이는 걸 알면서도 수전 및 이후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기에 손을 놓은 채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매일같이 눈을 뜨면 어두운 아침, 하루종일 내리는 비, 다시 더욱 어두워지는 저녁하늘이 마음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려고 블라인드를 주문해서 달고 조명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바꾸어보았다.

천천히 굳어가는 타일을 확인하고 나서야 세면대, 샤워부스, 씽크대의 수전을 다시 고정했고 세면대의 볼과 다리를 고정시켰다. 욕실에는 원래부터 세면대가 없었기에 세면대의 하수를 뺄 수 있는 하수관도 당연히 없었기에, 배수관을 하수구에 최대한 붙여 놓긴 했지만 앞으로도 세면대에서는 정말 손씻고 세수하는 일 말고는 하면 안되겠다 싶어 불편한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세면대가 없는 곳에서 쪼그려앉아 매일을 보내는 것보다야 정성껏 고른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는 편이 백배는 낫지, 바닥을 다 뜯어내고 하수관을 박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 배수관은 잘 관리해보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욕실수전설치를 일단락. 그렇게 겨우겨우 욕실작업의 산을 하나 넘어갔다. 어느 순간부터, 인테리어작업이라는 게 계속해서 눈앞에 나타나는 고개를 넘고 또 나타나는 고개를 넘어는 기분이 들 정도 나는 자잘한 선택과 결정, 문제와 해결책들 속에서 시달리며 파김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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