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도 옮기고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공간을 만드는데 두달정도를 썼지만 자는 건 처음이라 낯설겠지 싶었는데 우습게도 자고일어나서야 뒤척임 한 번 없이 잠들었다는 걸 알았다. 내가 만든 공간이라서인지 너무나 피곤에 찌들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공간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책상을 이리 놓고 작업해보기도 하고 저리 놓고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하면서 공간과 가구에 적응하고 활용해보기 시작했다. 생활하면서 느끼고 발견한 것들에 맞춰서 공간의 용도를 그리고 정리의 방식과 모양을 구체화하는 게 맞겠다 싶어 조급하던 마음을 늦추기로 했다. 요가매트를 예전처럼 바닥에 펼쳐두고 생활할까 하다가 게을러질 것 같아서 -늘 요가매트에 누워있거나 그 위에서 서류와 책을 뒤적이는 버릇이 있었다- 사용할 때에만 쓰기로 마음먹고 묶어두었다. 늘 음악을 틀어놓기에 블루투스 스피커의 위치를 정해주어야 했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임시로 세워둔 요가매트 위에 얹어두었는데 몇주가 지나도록 그 위치를 바꾸지 못했다. 랜선과 와이파이공유기, 노트북과 핸드폰 충전케이블도 꽂아야했다. 6구용 콘센트가 꽉 찼다. 생활의 흔적이기도 했지만 무서우리만치 먼지를 빨아들였다. 정리할 공간박스나 협탁이 필요하구나, 이렇게 하나씩 필요를 확인해나간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고 한겨울옷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옷을 옮겼다. 미니드레스룸이 그야말로 미니라 당장 입을 옷을 중심으로 수납하게 되니 덤으로 좋은 점 하나는 계절에 따라 정리하며 옷입는 습관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침대 아래의 공간은 넉넉해서 이사용 대형 종이박스가 두개가 넉넉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고 봄에만 입을 수 있는 옷과 여름에 입는 옷, 한겨울에 입는 옷들을 분류해 넣었다.
여름이불과 패드를 햇살에 바삭하게 말리고 오리털 이불과 새로 사둔 침구커버를 꺼냈다. 이불과 베개에 커버를 씌우고 전기장판도 깔아두었다. 잠들기 전 무언가를 보거나 읽을 때 유용한 집게등을 달고 각도를 맞추며 혼자 흐뭇해진다. 조금씩 아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