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며 찾아가는 요리취향: 혼족의 식탁

의"식"주 일상실험

by 문성 moon song

12월이 시작되고 박물관의 일도 프리랜서로 진행하던 일도 연말의 과업정리로 인해 휘몰아치게 바빠졌다. 거기에 더해 하루짜리 전시기획까지 맡게 되었다. 결국은 과로에 응급실 신세를 지고서야 급한 불 끄듯 일을 마무리했다. 그리고는 회복되지 않은 몸상태로 멍하게 며칠을 보냈는데, 뜻하지 않게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은 직원이 박물관에서 나와 전원이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하게 됐다.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외부출입을 하지 못한 채 집에만 있는 데 어쩐지 휴가를 받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차분히 나의 의식"주"일상실험에서 의"식"주 일상실험으로 눈을 돌려본다.


식탁을 갖춘 건 꼭 집에서 요리를 하고 싶어서였다. 출근해서 점심을 먹거나 약속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이면 집에서 밥을 해먹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원래 배달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배달할 때 늘어나는 일회용품들과 쓰레기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도 요리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무언가를 만들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동안 여력이 없어서 미루고 있었지만. 주어진 재료를 바탕으로 만들 요리를 구상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좋아하기도 하고 만든 요리를 누군가와 맛있게 먹는 것도 좋아한다. 기억에 남아있는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새로운 재료들로 새로운 맛을 시도해보는 것도. 늘 요리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전시를 기획하는 것, 글을 쓰는 것과 같은 창의적인 과정이라 느끼곤 한다.


그럼에도 오랜만이었다. 카페나 음식점이 아닌 집에서 직접 내 밥을 정성껏 차려서 먹는 게. 낯설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가전이며 조리도구, 식기 역시 처음으로 쓰는 것들이라 손에 설었다. 기본적인 요리재료들, 양념도 아직 채 장만하지 못한 채 나의 초보혼족 식탁이 시작되었다.

이케아에서 한꺼번에 조리도구와 식기를 사면서 들렀다가 저렴한 가격에 내친 김에 사둔 식재료들이 톡톡히 도움을 주었다. 소세지, 바게트, 버터, 치즈. 원래 가지고 있었던 원두와 찻잎들. 한끼를 그렇게 맛있게 먹고 나도 하루에 적어도 한끼는 밥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곧바로 밥이 먹고 싶어졌다. 퇴근후 급히 한식을 위한 기본적인 식재료들-쌀, 된장, 고추장-을 추가하고 갑자기 싱그러운 채소의 향이 그리워져 쑥갓을 한웅큼 추가했다. 찌개를 끓이려다 간장, 소금, 육수용 멸치, 없는 게 너무나 많다는 걸 깨닫고 급한 대로 예전에 선물받은 스팸과 채소를 더해 스팸고추장찌개를 끓였다. 그렇게 연이어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하고 있는 재료와 함께 새로운 메뉴들을 만들어보며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조금씩 조리도구에도 익숙해지고 조금씩 식기에도 익숙해지는 중. 식사를 시작할 때 음식을 찍어두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만든 것들을 기억해두고 싶기도 하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기록해두고 싶기도 해서. 그 과정에서 몰랐던 나의 취향들도 하나 알게 됐다. 나는 설거지도 쓰레기도 싫어해서 최대한 한그릇에 담을 수 있고 끝까지 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 조리 과정 역시 최대한 단순하고 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 짠 게 있으면 담백한 것과 함께, 단 게 있으면 쌉쌀한 것과 함께, 견들이거나 조절하며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전분을 사며 중국식 채소볶음과 두부요리를 할 줄 아는 요리에 추가하게 되었다. 이전에 일본음식점에서 맛보고 좋아했던 일본식가지조림도 나름 비슷하게 나마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점심에는 파스타를 할까 아니면 떡볶이를 해볼까. 여전히 실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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