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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Dec 01. 2022

겨울이 오기전에, 욕실보수작업2

의식"주"일상실험

1. 

작업을 마치고 한 달 가까이 지나고 나서야 욕실보수작업과정의 나머지를 정리해 올린다. 괜찮은가 싶으면 말썽을 부리는 경추디스크로 인한 통증에 글쓰기는커녕 컴퓨터조차 멀리했다. 욕실보수작업을 마치고 며칠을 근육통에 시달리고도 간간이 생긴 일거리들 그리고 감기몸살로 앓아누웠다 일어나니 몇주가 훌쩍 지났다. 그리고 엊그제 내린 비와 함께 11월 마지막날 전국이 영하권으로 들어서며 본격적 겨울을 알렸다. 겨울이 오기 전에 라는 제목의 글을 쓰기 무색하게 이미 겨울이었다. 그래도 11월 초에 했던 보수작업이었으니 늦기야 했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합리화해본다.  


2. 

실제로 욕실보수작업은 11월 첫주에 시작했고 실리콘 천장보강(작업1일+건조1일), 타일재단 및 타일접착(작업1일+건조2일), 줄눈채우기(작업1일+건조1일)를 이어서 진행했다. 작업을 멈추고 그냥 두면 욕실을 쓸 수 없으니 나만 손해인지라 빨리 작업을 마무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각 작업당 하루를 예상했는데 천장을 올려다보며 하는 실리콘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다음날 완전히 마르지 않아 좀 더 시간 간격을 두어야 했다. 욕실용 타일접착제도 마찬가지로 근육통을 선사하고 혹 마르지 않아 떨어질까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줄눈작업은 앞선 두작업을 뛰어넘는 고난을 안겨주었다. 

백시멘트포장지에 "속건"이라고 경고하듯 박힌 문구를 가볍게 여겼다가 물에 개어 작업하는 삼십분도 안되는 사이에 절반이 개어둔 바스켓과 한몸이 되어버리고 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 짧은 시간에 돌덩이가 되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서 섞는데 쓴 젓가락으로 다시 저어보다가 뜨거운 물도 부어보았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남은 백시멘트 두 봉을 종이컵분량 만큼 개어 발라가며 간신히 마무리했을 때에는 이미 하루가 다 저물고 난 뒤였다. 양 어깨는 너덜거리고 손아귀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대충대충 스펀지로 타일표면에 묻은 시멘트를 지우고 쓰레기를 모아 폐기물봉투에 정리하는데 재작년에도 마무리하며 다시는 셀프인테리어를 하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던 게 생각나 헛웃음을 지었다. 부분만 작업하는 거니 괜찮을 거라고 믿었던 게 어리석었다 생각하다 말고 다시 욕실 샤워부스 공간을 보며 흐뭇해졌다. 

물이 자주 튀어 갈라지던 페인트며 유리부스로 인해서 습기가 잘 빠져나가지 못해 한 여름 습도가 높을 때 조금씩 곰팡이가 보이기 시작했던 곳들이 습기에 강한 타일로 채워졌으니 앞으로는 신경쓰일 일이 적을 것이다. 창틀 앞 난간도 타일로 선반처럼 마무리해서 욕실용품을 놓아두어도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습기가 차서 얼룩이 지고 곰팡이가 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시 욕실에서 샤워를 시작한지 삼주째, 습기를 걱정하며 물줄기를 조심할 필요가 없어졌다. 행복으로 여기던 뜨거운 물 아래래 서 있는 시간이 더더욱 행복해졌다. 여전히 샤워부스의 타일과 줄눈은 욕실을 더욱 뽀오얗게 해주고 투박한 마감도 이젠 귀엽게 보인다. 그렇다. 나에게 맞추어 바꾸고 또 가꾸어나가는 즐거움은 일주일간의 고통을 할만 한 것이었다고 여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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