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에서 매 끼니도 역시 새로운 도전이었다. 도전의 결과는? 언제나 성공! 나는 도전을 점점 즐기며 익숙한 음식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식들에 도전했고, 그 역시, 할렐루야, 매번 성공이었다. 내심 항상 성공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 이번에는 실패할 수도 있어, 생각하다가도 음식을 맛보면 여지없이 새로운 맛에 놀라워하고 음미하고 즐기고 있었다. 베트남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일은 원초적이면서도 베트남에서의 나머지 경험들까지도 좌우하는 즐거움이었다.
베트남에서의 순간들은 바로 그 허기와 허기를 채워주던 맛있는 베트남 음식들과 함께 더욱 강렬하게 떠오른다. 그 순간의 날씨와 주변풍경들, 지나치던 사람들과 소리들이 되살아나고 돈을 꺼내어 지불하며 받아들던 음식이, 호기심반 기대반 집어들어 입속에 넣었을 때 음식의 독특한 냄새와 맛과 식감이, 어우러진다. 음식을 날라주던 현지인과 눈을 맞추고 웃었던,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던 장면이 이어지고 다시 나선 길이 얼마나 느긋하고 여유로웠던가, 돌아보는 지금도 그 행복한 포만감이 그리워진다.
이른 아침, 쌀쌀한 공기에 코끝이 차가워지는 걸 느끼며 원데이투어 가이드를 기다리다가 솔솔 스며드는 고소하면서도 달큰한 냄새에 참지 못하고 사버린 찹쌀밥. 따끈한 온기가 전해지는 바나나잎을 조심스레 펼쳐 진밥같기도 하고 떡같기도 한 윤기좔좔 흐르는 찹쌀밥을 오물거리자 그안에 든 달콤한 소와 함께 녹아버리듯 입안에서 사라졌다. 할머니는 우리가 투어가이드를 따라 골목을 떠날 때까지도 골목중간에 앉아 바쁘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현지인들에게 찹쌀밥을 팔고 있었다. 여행객들의 번잡함과 현지인들의 분주함이 뒤섞인 하노이의 어느 뒷골목 아침풍경.
원데이투어를 떠나 땀꼭으로 향하는 여정 중 제공된 점심식사. 관광버스에서 내려 식당으로 들어가자 우리 일행 외에도 다른 여행객들로 북적거리는 부페에서 음식을 골라 담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볶음밥과 꼬치구이, 어묵, 볶은 국수와 야채, 각종 과일 등 몇 번이고 접시를 들고 들락거리며 배터지게 먹을 뿐.
쌀국수를 각종 허브와 각종양념으로 비벼먹는 일종의 비빔국수 반코아이와 찹쌀반죽으로 동글납작하게 빚은 위로 통통한 새우와 바삭한 튀김과 땅콩 등 재료를 얹어 바삭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양념을 곁들여 즐기는 반베오. 처음 느껴보는 식감과 맛에 게눈감추듯 먹어치우면서도 우물거리는 입밖으로 새어나오던 감탄사. 왕궁과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내온 도시가 더욱 근사하고 유서깁게 느껴졌었다.
후에에 이어 나짱에서도 계속된 저녁 식사 도전은 베트남식 커리와 해산물요리로 튀긴 생선살의 풍미와 갖은양념의 새콤함이 어우러진 근사한 식사겸 안주로 더할 나위 없었지. 자꾸만 맥주를 마시고 싶게 만드는 튀김과 양념의 조합은 한바탕 비가 퍼붓고 지나간 나짱의 밤을 더욱 흥청거리며 보냈더랬다.
그리고도 계속되는 새로운 끼니, 끼니, 끼니.
사진을 남기지 못했지만 매번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암호와도 같은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눈알을 굴리며 해독하고 현지인들과 말도 안되는 의사소통으로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기도 하며 즐겁게 끼니들을 맛보았다.
식사를 시작하기 직전의 긴장된 기다림이 느껴지는지? 막 스노클링을 마치고 배로 올라와 고픈 배를 안고 눈앞에 차려진 음식들을 먹으라는 허락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에 찬 눈빛. 그래, 모두가 마찬가지.
음식은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이자 그때의 경험에 대한 평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여행의 요소인 것이 분명하다. 투어가이드가 준비한 음식들은 너무나 맛있었고 배에 탄 이들은 모두 음미하고 김탄하며 먹고 마셨다. 그날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 춥고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스노클링도 바다도 한없이 느긋하고 넉넉하기만 했다. 배에서 먹었던 저 식사덕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