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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카페생활자의 천국

by 문성 moon song

오늘도 카페에 들러서 커피 한잔을 마셨는지? 누군가를 만날 때면 어김없이 카페로 향하는지? 선호하는 카페 프랜차이즈가 있는지? 로스팅카페들을 더 좋아하거나 자기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개성있는 동네카페를 단골로 삼고 있는지? 다른 곳에 가면 그곳 특유의 지역카페에 가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한적하고 맛있는 커피가 있는 내 마음에 쏙드는 카페를 찾아 헤매는지?


질문에 하나라도 그렇다, 고 답했다면 아마도 당신은 이미 카페가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카페생활자일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분명 베트남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곳은 카페생활자들의 천국이니까.



어느 도시의 어느 지역에 가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반드시 식당과 카페가 있는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었다. 적어도 내가 머물렀던 도시에서는 말이다. 아주 잠깐을 머무르더라도 아무리 허름한 곳이라 해도 그곳 거리 어딘가에는 어김없이 식당과 카페가 문을 열고 사람들이 와서 머물다 가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탓에 생겨난 문화는 카톨릭성당과 바게트만이 아니었던 셈이다.

기차역 주변이면 어김없이 밤늦게까지 문이 열려 있는 카페를 만날 수 있고 2층까지 탁트여 베란다를 갖고 있는 카페들도 많아서 늦은 시간에도 느긋하게 앉아서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더불어 들렀던 카페들은 어디든 기본 이상의 커피맛을 자랑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도 우리나라만큼이나 어쩌면 우리나라보다 더 다양한 카페들을 선택할 수 있다. 스타벅스 못지 않은 세련된 외관에, 게다가 맛이 너무나 훌륭한, 체인 카페들을 만날 수 있고 그보다 저렴하고 간단히 스낵을 먹거나 테이크아웃해 나갈 수 있는 카페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로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들은 원두를 즉석에서 갈아주고 곁들여 그곳에서 마실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 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고를 수도 있고 로스팅도 구경할 수 있고 또 원하는 분량만큼 주문해 즉석에서 밀봉해서 선물로 가져오기도 좋다.)

하노이의 초겨울날씨와 후에의 가을날씨를 거쳐 나짱의 늦여름날씨에 더위를 먹고 지친 오후를 달래준 카페. 무거운 짐을 잠깐 내려두고 진한 커피로 원기를 충전하고 나면 여행의 피로가 금세 누그러진다. 와이파이와 핸드폰충전도 가능하다는 것도 일종의 팁.



무엇보다도 가장 색다르면서도 재미있었던 카페는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그 동네의 카페들이었다. 그런 곳들은 언제나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거리를 향해 의자를 놓아두거나 의자라고 하기도 옹색한 우리나라의 목욕탕에서 흔히 보는 플라스틱 간이 의자들을 놓아두고 있기에 손님이 그 의자에 앉아 도로를 거리를 사람들을 마주보고 있다. 현지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가 그곳에 멈춰서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지나가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들어 수다를 떨며 한참을 보내기도 하고 쌍쌍이 앉아서 지나치는 오토바이들을, 사람들을, 나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쳐다보며 한없이 커피를 홀짝인다.

후에의 왕궁 후문에 있는 현지인들의 아지트 같은 카페에서 나도 그들처럼 도로를 마주 하고 않았다. 진한 커피가 돌아다니느라 부은 발뻐근한 몸을 노곤하게 풀어주고 눈앞으로 질주하는 오토바이들과 실루엣으로 남은 왕궁의 밤풍경은 낮과는 또 다른 볼거리였다.


자리에 앉으면 유리컵에 차를 가져다주고 커피를 주문하면 목이 긴 잔에 새카만 커피를 가득 담아 가져다준다. 진한 향과 풍미를 자랑하는 커피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에스프레소 세잔 정도를 가득 담고 설탕과 함께 농축한 듯한 맛. 너무 진한 맛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자꾸만 잔을 들게 만드는 게 더위를 식히고 여유를 보내며 홀짝일 만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지나치는 오토바이들을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자면 시간은 잘도 흘러만 간다. 떠나고 싶지 않은 여행자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처음에는 호기심에, 다음에는 커피맛에, 그 다음에는 그곳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풍경에, 그곳에서 흘러가는 느긋한 시간을 맛보고 싶어서 현지인들이 북적이는 카페 속으로 들어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리가 아파서, 일정이 어긋나서, 시간이 남아서, 생각을 좀 정리하려고, 핑계는 끝없이 생겨난다. 다만 카페에 가기 위해서. 만약 당신이 베트남에 간다면, 어떤 핑계든 좋으니 카페에 한 번 들려보는 건 어떨까. 진한 커피향이 풍기는, 수시로 오토바이가 멈춰서는, 현지인들이 모두 도로를 보고 앉아 당신과 눈이 마주치는, 바로 그 카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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