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베트남에서 군것질하기

by 문성 moon song

베트남여행을 나누겠다며 시작한 연재는 가을에 들어서서 늘어지고 말았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일거리에 허우적대다가 멈춰버린 여행기를 마음잡고 이어봅니다. 그간 늘어나는 구독자 수에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 사이를 오가며 다시 글쓸 수 있는 시간만을 바라고 있었답니다. 혹 다음 글을 기다리고 있었던 분이 있다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클릭과 글자로 만나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클릭과 글 너머로 만나는 게 기뻐요. 다들 새해복 많이 받기를. :)


베트남 먹거리에 대한 마지막 소개이자 소회. 베트남의 군것질거리들이다. 나는 세끼를 챙겨먹고 출출해지면 군것질을 찾는 사람이지만 어떤 이들은 하루를 군것질로 시작해 군것질로 끝내고 또 어떤 이들은 밥과 군것질을 구분하지 않고 즐기는 것 같다. 여러분은 어떤 쪽인지? 앞서 소개하지 못했던 소소한 군것질거리들을 함께 적어본다.

호치민 영묘에서 나오던 길에 발견한 귀요미들.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볼거리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먹을거리도 있기 마련이다. 길고 긴 줄을 참고 기다려 으스스한 어둠 속에서 아주 짤막하게 호치민을 마주하고 호치민박물관에서 그와 관련된 물건들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나왔는데 모여 있는 사람들에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졌다. 가라앉은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고 호기심을 불어넣어주는 새로운 먹거리들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굳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사람들이 고르는 것이 무엇인지 곁눈질 하게 만든다. 나 같은 먹깨비만 그런 아니겠지?

사진속 꼬맹이들은 아이스크림에 홀렸지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과일주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나라답게 먹거리를 파는 곳 어디서든 과일주스를 쉽게 살 수 있다. 물론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직접 갈아주는 생과일주스!

수시로 마셨던 것은 망고와 코코넛이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과일을 여러개 섞어서도 선택할 수 있다. :)

시장이나 가게에서 직접 과일을 사서 먹을 수도 있는데 종류도 양도 다양해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사실.

여러분은 칠판 가득 빼곡한 저 과일 이름들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낯선 이름에 낯선 모양과 색의 과일들이 어떤 맛일지 궁금하지 않은지? 골똘히 생각해보다가 고른 과일은 주인아주머니가 열심히 손질해놓은 은은한 향이 나는 노오란 색깔이었다. 이름이 무어냐고 물어보니 손으로 가리킨 그것, 베트남어로 nhan long thailan, 찾아보니 jackfruit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듯 새로운 언어와 과일에 도전해보는 소소한 재미 역시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엇.

과일로 만든 다양한 가공품도 역시 살 수 있는데, 반건조 과일, 과일로 만든 사탕, 과자, 음료 등 다양했다. 상점을 천천히 둘러보면 금세 눈에 띨 정도. 시장에 이어서 우리나라로 치면 수퍼마켓 정도나 마트 정도로 칠 수 있는 상점들에 들러서 이곳 사람들은 어떤 물건들을 사고 먹고 쓰는지 구경하며 현지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도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군것질거리 중의 하나는 그 나라의 술! 마트를 걷다보면 마지막은 자연스레 술이 있는 코너로 발걸음이 가던데, 설마 이것도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요?

베트남은 길고 좁은 지형덕분인지 그 지역마다 음식뿐만 아니라 즐겨 마시는 맥주도 조금씩 종류가 달랐다.

식당이나 바에서 사람들이 시키는 그 지역의 맥주를 주문하고 음식과 음미해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것은 기억해두었다가 근처의 상점에서 구입해 하루의 여정을 풀곤 했다. 내가 마셨던 맥주들은 대개가 쌉싸름한 맛이 약하고 가볍고 깔끔해서 베트남의 독특한 항신료들과 향신채소들하고도 잘 어우러져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딱 일년 전 후에에서의 노곤함을 달래준 맥주와 기차식당칸에서 덜컹이며 마시던 맥주.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 순간을 떠올린다. 음식은 그 순간의 기억을 더욱 강렬하고 감각적으로 만들어준다. 더욱 풍부하게 추억할 수 있게 해준다. 여러분도 베트남에 간다면, 음식의 즐거움을 놓치지 마시기를.




keyword
이전 08화베트남, 카페생활자의 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