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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해 Nov 24. 2024

4. K에게로 걸어가는 자유

To. K




첫번째 편지






친구야. 오늘 먹은 끼니는 잘 소화됐어? 간밤에 꿈이 사납진 않았고? 매번 널 안쓰러이 쓰다듬는 내 마음이 네게 부담과 짐이 되진 않니?


나는 말이야 너로 인해서 오늘이 조금 다를 거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어. 또 이젠 ‘사랑’을 일컬어 ‘살길 바라는 마음’이라 말하기로 했어. 난 네가, 넌 내가 꼭 무탈히 끝까지 살아내길 바라니까.


조용해져. 너에게 할 말을 떠올리기 위해 눈을 굴려 위를 보고자 하면 내 몸의 모든 단위들은 어느 때보다 극심히 그 수를 오르락내리락 뛰어다니기나 하지, 딱 한 가지, 전할 말을 생각해 내는 일, 그것만은 하지를 못해. 그래도 오늘은 네게 도착하기까지 수십 겹의 시간들이 앞서 날 가리고 있대도 내가 거뜬히 다 지날 수 있다고 말하려는 참이야.


있지 내 왼쪽 손목을 한 번 보면 앞면 구석 소매 끝이 자주 스치는 지점에 작은 점이 있어. 그 점이 걷어 접은 소매 위에 앉아서 바쁜 손을 자나 깨나 받치고 있는 모습이 썩 봐줄만하고 가끔은 예뻐 보이기도 하거든. 너한테 그 점을 아무 거리낌 없이, 미안함도 없이, 어떤 부끄러움이나 고민도 없이 자랑하며 보여주고 싶다. 그럼 그걸로 그 하루가 예쁘게 포장될 수 있을 거야. 난 그럼 정말 행복할 거야.


그렇잖아 넌, 여기도 저기도 네가 받은 사랑을 남기고 다니느라 넌 참 바쁘고 숨차게 매일을 짊어지고 있으니까. 네가 하는 일, 네가 좇는 자애로운 품, 네 손 때탄 연필과 까맣게 소망이 쌓인 종이들, 네게 걸어가는 자유. 그게 그래서 말인데, 난 실은 그 모든 것을 다 너에게 아무 말 없는 소리로 듣고있어. 앞으로도 난 그 곁에 가만히 꼭 붙어서 말없이 말하는 널 보며 웃어야지.


그 어떤 주저하지 않는 움직임을 일컫는 말도 너에게 주는 한 아름의 꽃다발 속에 묶이지 않은 것이 없지. 그저 아주 단순히 좋아한다고 보고 싶다고 말하면 될 것을 한참을 돌아가고 있는 내가 이리도 길고 긴 길을 구태여 너로 인해 걷고자 결심했다는 사실을 네가 알아주길 바라는 나도, 알고 보면 여느 누구와도 다를 게 없는 사랑받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긴 하더라.


심심할 틈도 없을 것을 사랑을 함부로 고백해서 미안해. 내일도 무사히 그 꿈속을 걸어가 줘, 기왕이면 나도 조용히 함께. 준비가 되면 알려줄 거지? 내가 전한 이 말들은 큰 일 앞엔 한 뼘이고 두 뼘이고 미뤄두어도 좋으니 오늘은 이만 고민을 접고 잘 자, 안녕 늘 고마워 소중한 친구야.




From.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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