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C
두번째 편지
안녕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다 못해 다 받지 못한 사랑을 아쉬워해 너를 할퀴고 못살게 굴던 나를 매번 야금야금 달래고 이해해 보려 애써주는 사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넌 나의 큰 우상이 되어있었어. 난 다음을 스스로 고르는 방법을 알음알음 배워가며 내 속의 그 동상을 부수고 그 안에 웅크려있는 아주 어렸던 널 마주하고 있고.
그 속에 분명 있는 널,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너를, 앞으로 영원히 품을 널 나는 모른 채 모른 채 하고 싶어서 소리도 질렀고 남에게 널 일러바치고 수도 없이 너에 대해 속상하고 서운했던 기억을 토해내듯 말했다고, 이건 알리지 않는 편이 좋을 나의 실토를 실은 편지야.
따듯한 품.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품.
너의 옷을 입으면, 네가 누워있던 자리에 누워보면, 나보다 작은 널 어쩌다 어색하게 안으면, 잠에 들기 전 모른 척 너의 품에 파고들면 매일 밤을 설치는 나도 깨지 않을 긴 잠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고, 네게 하나보다 더한 무게를 지우고 싶지 않으니까. 나도 이제는, 그 품을 떠나 홀로 서야 할 때가 왔으니까.
너는 긴 시간 나의 아침을 깨웠어. 어쩔땐 A야 하고 나를 외쳤고, 어떤날은 날카롭게 내리꽃혔으며, 이따금 별 이유 없이도 다정하게 불러주던 너의 그 부름은 나의 무언갈 눌렀어.
그 외침을 듣는 난 늘 알 수 없이 너무 슬프고 아득했는데 이제 시간이 지나서 다시보니 그말인 즉슨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한다는 거야. 이 말은 해도 해도 할때마나 눈물이 많이 많이 나는 것 같다.
내겐 나의 이름을 B 너의 외침이 참 그래.
B야! 아직 서툴지만 난 이제 시멘트 조각 안에 잠자던 작은 B에게 악수나 포옹따윌 건내볼 용기가 생겼다? 딱 한 번이라도 작았던 너와 얼굴을 마주한다면 걔는 분명 울겠지만서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얘, 너 참 외롭고 힘들겠구나,
애쓰고 있구나,
어떻게 그 삶을 견디고 있니?
널 꼭 한 번 안아봐도 될까.
그래, 그럼 계속해서 그렇게 지지 않고 나아가줘. 그럼 그 깊은 눈물자국들이 다 마를 즈음, 삶을 정말 사랑하는 한 아이가 태어나 지구를 껴안고 너를 껴안고 스스로를 껴안아서 모두의 기쁨이 되어줄 거야. 네 주윌 둘러싼 컴컴한 어둠들이 짙을수록 삶이 너를 깊이 신뢰하고 사랑한다는 뜻이니까. 그러니까 방금 했던 실수도 어제 패인 상처도 한 번만 눈감아주렴.
B야 이제는 무슨 일이 더 생길지라도 이제 나에게 너무 많이 미안해 마. 차라리 내가 널 더 열심히 이해하고 용서해 볼게.
내가 사랑하는 너도 나를 향해 너의 몫으로써 져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마땅히 있겠거니와, 그럼에도 누구나 그 스스로의 삶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벅찬것이니, 부디 나와는 서로 사랑만 주는 사이가 되어거자. 가끔 서로가 얄궂더라도, 네가 보낸 단감 한 박스에서 집히는 한 주먹을 집어 깎아먹으면 그 시림도 모두 녹아버리고 소용없어질 수 있는 우리가 되자.
내 생에서 가장 깊고 오래 사랑한 너와의 다가올 내일들은 그리움이나 원망보다, 죄책감이나 서운함보다, 아끼고 소중한 만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봐주는 모습으로 영원까지 그려져가길.
그게 나의 숨겨온 제1번의 기도의 제목이야.
너를 세상에서 가장 닮은 나.
나를 가장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는 너.
우리는 포기하지 말고 끌어안자,
무엇이라도.
From.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