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학습능력이 없다는 것 같다. 기름칠을 안한 기계장치처럼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도 삐꺼덕 거림으로 시작한다. 언제나 고단한 길만 선택하고 시간이 많이 가는 상황만 겪는데,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도 결국 끝에 가서는 매번 했던 그대로 진행한다. 이 정도면 부족한 지능 문제이거나, 안 좋게 본다면 고집을 억지로 부리는 거다. 매번 효율성 없는 행동, 학습법 그렇게 능력 없는 본인에게 실망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용서할 수가 없다.
성공하고 싶어서 이렇게 아득바득하는 건 아니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 거다. 그런데, 이게 내 본심인데 반복해서 실패하는 내 스스로의 문제를 굳이 남에게 토로할 이유가 있을까... 막상 주변인들은 남의 고민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내 내면도 당연히 모른다. 애초에 이야기의 시작부터 진지하게 다가오지는 않으니까, 사실 사람이 표현을 안 하면 모르는 게 당연하기도 하다.
학기에 1번씩 소개팅을 제안한 사람이 있다. 그렇게 2번 1년을 거절했는데, 3번째에는 내가 거절당했다. MBTI가 안 맞아서. 타지 살이하며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나거나 서로 마음 맞으면 만나는 게 유학생들인데, 나는 그 외로움보다 목적 달성이 우선이었다. 내 삶이 보장이 안되었는데 연애가 웬 말인가.
여러 번 거절을 하니 주선자가 거절 이유를 물어봤다. 정말 진지하게 여건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전쟁통에도 사랑은 다 한다는 말로 되물으셨다. 정중히 거절 드림에도 불도저 밀고 오듯 소개팅 자리를 주선하려는 이 분의 의도는 상대방과 진지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이어주려고 그러시는 걸까 아니면 정말 나를 생각해 줘서 이러시는 걸까. 그렇게 말씀드렸음에도 생년월일에 시까지 꼭 카톡으로 보내 달라는 것에서 아 이분도 나처럼 상대방 말을 안 들으시는구나. 창과 방패처럼 서로 거절의 거절의 거절을 하는 상황이 반복인데, 그냥 쌩까고 위아래 없는 놈으로 행동하고 싶지만 그러면 또 내 가족들한테 먹칠을 하는 거지. 생각만 복잡하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데에는 내가 원인 제공한 것도 있을 거다. 나는 몰랐던 유연하지 못한 행동이 있었으니 나온 결과일 수 있다.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누가 사귀래? 만나기라도 해봐~라고 듣기에는 그 만나는 시간조차 아깝다. 신경 쓸 거며 알아봐야 하는 거며 준비하는 게 하루만 필요할까. 그리고 소개받은 분들이 다 아는 사람이다. 참 웃긴 게 주선자분이 본인의 친척을 소개해 주거나 친구의 딸이나 멀지 않은 혈연관계로 갖다 붙인다. 주선자와 소개자를 복사 붙여넣기 한 외형에서 거부감이 온다. 물론 거절의 이유가 외모는 아니다. 외모일 수가 없는 게 나도 외모를 심히 내세울 만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가까이하기 싫어하는 유형들이 있다. 특히 공주님 부류의 유형. 노력 한번 안 해봤을 것 같은 인생, 남이 떠먹여주는 삶에 취해 목적 없이 세상 편하게 사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그들이 잘못 살아가는 게 아니다. 남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살아가야만 하는 게 삶에 필수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인 힘 안 들이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거니 에너지 쓰는 법은 이미 타고났거나 지능이 높은 거다. 단지 그게 나랑 안 맞는 것뿐이다. 만약 이들과 같은 소속에 있거나 동행하는 일이 생기게 되면 내가 알아서 거리를 두어 마찰을 피한다. 다양한 개성이 많을수록 안 맞는 유형 맞는 유형도 많다는 거다.
같은 상대로부터 여러 번이나 거절했음에도 이번에는 존중을 해달라길래 날짜를 잡았더니 이번에는 상대방이 거절.
그러더니 주선 자만 난처한 상황이 나오는데, 이미 이 주선자는 이런 쪽으로 일을 많이 벌여 놓은 거기 때문에 하나라도 무마시키려고 이러는 건지 아니면 그냥 본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은 건가. 이해가 안 된다. 만나면서 차차 알아가라는 그 말은 좀 웃기다. 마음도 없는데 어떻게 만나나. 그거야말로 상대방을 존중 안 하는 것 같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유형을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없을 거고.
유연하지 못한 사람은 유연하지 못한 사람들끼리 언젠가는 만나겠지 뭘 굳이 지금 엮어보려고 하나... 내가 허락도 안 했는데 멋대로 내 영역에 들어오려는 이 사람들의 태도에도 화가 나는데, 그런 상황도 유하게 못 받아들이는 넘길 수 없는 나한테 더 화가 난다. 항상 내가 문제이지.
지금 당장에 놓인 상황뿐만 아니더라도 먼 미래를 위해서도 언제나 나를 위한 상황이 주 초점이 되어야 된다. 이건 상대방에게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