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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폐관수련인 Dec 03. 2022

호랑이 한 마리

기적이 패시브인 나라

부족한 국토 면적, 지하자원도, 화석연료도 없는 나라

그런 이 나라의 중심은 사람이다.


국가의 이름부터가 "사람의 나라"라는 이곳은 역경이고 고난이고 그 사람들로부터 극복되어 왔다. 아무것도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호랑이가 살아가고자 몰두할 곳은 오롯이 사람의 능력이다. 역사 속에서 사람으로 인해 갈등이 만들어지고 절실한 순간에 기적이 만들어져도 그것 또한 사람에 의한 것이었다. 


멀리 떠나와 생활을 하고부터, 그들의 말도 안 되는 기적은 더욱더 빛을 보였다. 가까이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것이 확연히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가끔은 사람들끼리 벌이는 이해할 수 없는 욕심들로 이 나라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 나라를 싫어하냐?" 하면서도 그게 반복되니 그렇게 무신경을 선택하게 되었다. "내 할 일이나 잘하자, 결국에는 내가 있어야 나라도 있는 거지. 언제는 국가로부터 지원받았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후반전을 보려고 그렇게나 서둘렀는가. "어차피 질 것이다, 마음 편히 하자. 스포츠 못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런 마음들은 어디로 사라지게 되었는가.


외국에서 계속 살 거지? 국적은 어떻게 할 거야? 

이들의 질문들도 나를 생각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10년을 넘게 써 온 한국 번호가 사라졌을 때, 마음속에 무언가의 실도 함께 없어진 느낌이었다.


사람마다 국가의 이념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그렇게 떠나간 사람들은 그들의 선택이고 인생이다. 누가 무엇을 한들 손가락질받을 이유는 없다. 지적하는 잡음은 그들의 열등감에 의한 것이다. 

나에게 사회성, 경제성, 그리고 미래 그 모든 걸 보았을 때 이민은 장점밖에 없지만 아직은 차가운 계산보다는 해학의 민족에 더 마음이 간다. 


"호랑이 나라 사람이 호랑이 나라에 살아야지 어떻게 곰의 나라 가서 살아"


그렇게 보여준 그들의 기적은 형언할 수 없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때, 불가능에 가까운 순간,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기적처럼 살아나는 그들의 모습은 알게 모르게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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