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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폐관수련인 Apr 27. 2023

나무와 시간

나이테에 쌓인 지식

다 큰 나무가 나이를 먹는다 한들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가끔 출장을 다닐 때마다 내 업무에 관심가져 주시며 질문을 하시는 할아버지 분이 있으셨다. 그는 언제나 가벼운 바람에도 도는 팔랑개비처럼 발걸음을 가볍게 조금씩 조금씩 걸어 오신다. 가끔 거동이 불편하여 시간이 좀 걸려도 그가 결국 도달할 거라는건 다들 아는 사실이다. 업무를 위해 다른 박사과정 학생들과 토론을 나누는데, 이 어르신이 와서 또 관심을 가져 주신다.


처음에는 그 그룹 테크니션이신 줄 알았었다. 그 곳에서 이 분이 본인 생각을 주장 하시거나 상황에 대한 조건을 이야기할 때, 조금 느리다고 해서 그 누구도 그의 말을 중간에 끊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하물며 오물오물 거리시며 갑작스럽게 틀니가 빠져도 말이다. 후에 다시 또 업무차 출장가려 할 때, 동료로부터 그 분이 박사과정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나이 80에 시작한 공학박사 학위 과정이라니 뉴스토픽 감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가장 일반적인데, 직접 실천한 사람은 처음 본다. 흰 머리 백발에 지팡이가 없으면 서기도 힘든 몸 가눔을 가진 이 사람의 눈빛은 나같은 허세남보다 더 강직한 의지에 차 있었다. 파란색의 눈빛이 더 영롱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편협과 자기 암시로만 가득찬 나는 그 빛이 바라진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색깔의 눈빛을 가진 것 같다. 나의 어머니가 보여줬듯, 나이 40에 검정고시도 쉬운게 아니었다. 결심을 영양분으로 살아가는 나무들의 뿌리는 쉽게 뽑히지도 시들지도 않는다. 사람마다 사연 없는 인생이 없다. 그들이 그들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지난 선택들로 야기된 한 줄의 나이테로 시작된 것이라 하겠다. 그렇게 겹겹이 쌓여진 그들의 나뭇가지 끝자락에는 결실이 맺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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