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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폐관수련인 May 30. 2024

다시 또 밤바다를 건너

같은 상황 다른 느낌

한국의 금쪽같은 휴가를 마치고 인천 대교를 달려간다. 이번엔 해가 떨어지기 전의 비행기였다. 

아버지만 배웅하기로 하였음에도 우리 집 여사님이 아들을 보낸다며 따라나서셨다. 기왕 보내는 거 꽃단장을 한껏 부리신다.


해질녘 바다를 건너가며 가족들은 또 말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나는 이들을 어떻게든 안심시켜주고 싶어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한껏 자랑하면서도 이제는 박사를 땄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한다. 자주 한국에 온다는 말에, 이번에는 3년은 더 있다가 들어오라는 여사님의 답변이다.


이번 한국 휴가는 여운이 길게 남는다. 분명 유학의 목적을 이루었음에도 왜 나는 이렇게 불안한 거지. 자랑하듯 말하며 떠들어도 속은 타들어간다. 그렇게 인천 공항에 도착할 때즈음 느끼는 생각은 떠나기 싫다는 것이었다. 가족들과 있고 싶다. 그럼에도 나는 티를 수가 없다. 내가 조금이라도 이런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이들은 이제 자식 걱정에 잠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생의 얼굴을 못 보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전화기 너머의 동생 목소리가 많이 침울해있다. 

다시 또 내 캐리어는 이들의 선물로 가득했다. 항상 나는 받기만 하는 입장이다. 

부모님과 잠깐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수하물을 부치려 여권을 확인하는 순간가슴이 철렁했다. 어째 나랑 닮은 같은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동생의 여권이었다.


아버지는 바로 뛰쳐나가 집으로 향하셨다. 그러나 거리상 아무리 빨라도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나는 그보다 서두르다 혹여나 사고가 날까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마감 20분 전에 비행기 시간을 바꾸었다. 운이 좋게도 동일 날짜에 비행기가 있었다. 결국 난 이번에도 밤에 가는구나. 

지금 보니 여사님이랑 공항 투어도 하고, 퇴근하고 동생도 보고, 가족들과 있다가 가라는 의미 같다.


공항에 도착하신 아버지는 아들의 눈을 못 마주치신다. 건네받은 내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인데, 그런데도 아버지는 말없이 내 눈치만 계속 보셨다. 괜찮다, 별거 아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그러면 내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아버지의 기를 죽이게 만들었구나...


그래서 헤어질 때 가족들을 꼭 안아줬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감정을 숨기며, 이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아버지 때문에 고생만 하고 마음 편히 가지도 못하네...

고집도 자존심도 센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감정표현에도 서투른 분이... 

이제 게이트로 향해 갔다. 가족들이 저 멀리서 들어가는 내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려고 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어떻게든 비행기 안까지 버텨보려고 했지만, 이미 검색대부터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다. 아버지에게 준 상처가 마음에 걸린다. 마음속 요동치는 감정은 내가 어떻게든 막아본다고 막을 수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눈물이 솟구쳐도 이 버건디 유니폼의 승무원님께 또박또박 발음하며 크리스피 치킨을 요청드렸다. 어찌나 친절하던지 별이 5개 항공이라 그런지 기내식도 친절해 보였다. 

도하로, 베를린으로 향하며 울고 웃다가를 반복해서 그런가 얼굴이 말벌에 쏘인 듯 부어있었다. 이번 한국행은 아버지가 내게 의미를 많이 주셨다.


2년 전 다짐하며 독일로 떠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도 기억에 오래 남겠다.

벅차오르는 눈물은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가득했다. 이들이 내 가족이라서 좋다는 생각만 들었다.

앞으로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들의 얼굴에 먹칠하며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뭐냐 이 램프 달린 곰돌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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