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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폐관수련인 Jun 05. 2024

바람 부는 언덕 아래

비빌언덕과 눈물 바람

한국에서 돌아온 지 1주일이 흘렀다. 이번 한국 출국은 마음속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아파트에 돌아와 짐을 풀고 나니 혼자 남았다는 그 남겨진 마음보다 앞으로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다시 또 맨땅에 헤딩하는 거야 지금까지 해 왔으니까... 그런데 대체 왠지 모를 이 공허한 느낌은 뭐지.

당장에 내 마음이 왜 이러고 스산한지 모르겠다. 밥을 먹어도 여전히 텐션이 낮다.


고독하구만.

일정에 지쳐 쌓인 피로와 충혈된 눈, 구내염의 통증에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나름 즐기고 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다.

사실 내가 이런 컨디션이 될 때면, 나는 다시 또 열심히 잘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가족 생각이 나면 갑작스레 눈물이 핑하고 돈다. 순간적인 상황에 감정은 컨트롤이 안되고, 하루를 마칠 때까지 지속된다. 그저 계속해서 가족들에게 한국에서 내가 못해준, 미안한 감정들만 떠오른다.


스스로가 참 꼴사납다. 이 정도밖에 못하는 내가 싫기도, 밉기도 하다. 나는 매번 모든 일에 남들보다 긴 시간을 들여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눈물이 나 흘리고 자빠져있는 이런 미덥잖은 꼴을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 뭔 청승이냐. 나는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는 없었나.


나의 하나뿐인 비빌언덕은 이런 내게 맹목적인 믿음을 주어왔다.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나에 의한 행복으로 살아가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다시 또 떨어진 게 이번에 더 마음에 걸린다. 결국 지난 선택들도 내가 한 건데, 이렇게 스스로를 자책하고 비집고 들고 있자니 더욱더 꼴 보기가 싫어진다. 그런데 주변인들은 이런 모질이 같은 인간을 좋게 평가해 준다. 타인의 칭찬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사실 좋지 않다. 청개구리가 따로 없는 성격이다. 왜지. 나는 전혀 착한 사람이 아닌데,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치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이미지 메이킹을 잘하는 건가.


가끔 재능을 가진 이들이 눈에 띄게 비치는 순간들이 있다. 이곳에 와서 더욱 자주 보는 것 같다. 이들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한 두 가지만 짜 맞춰준다면 가능성을 보이겠다 싶었다. 그래서 도와줬다. 사실 오지랖 부린 거지만,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기적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좋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는 나를 이끌어 줬던 사람이 없었어서 그랬지는 모르겠다.

이건 착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나 편하자고 한 행동들이다. 나 또한 그다지 잘난 것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 이미 비빌 언덕이 있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들은 나와는 다르게 눈물 바람에 휩싸이지 않을 것만 같다. 부럽다. 이들의 나이대에 그렇게 하지 못했던 내가 아쉬움이 든다.

나는 어째 내가 나의 모험을 찾아갈수록 눈물이 더욱 많아지는 것 같은데, 극복하려면 아직도 먼 길 가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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